개성 넘친 38명… 절제·정갈·그윽했던 연주

입력 : 2012.02.26 23:16
젊은 음악가들의 등용문인 75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렸다. 전국 20개 대학 음대 학장들의 추천을 받은 피아노·성악·작곡·관악·현악·국악 분야의 졸업생 38명이 한자리에 모여 갈고 닦은 연주 기량을 펼쳤다.<사진>

신인들의 풋풋한 열정이 살아나 예술의 새로운 물결이 흘러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욕에 넘친 만큼 무겁고 큰 곡들을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했지만, 개성을 잘 살려 청중의 반응을 끌어낸 연주가 돋보였다. 양악(34)에 비해 국악(4)이 수적으로 적었고, 창작에서는 우리 색깔이 묻어나거나 융합된 작품이 적어서 한류 시대를 맞아 대학 커리큘럼에도 변화가 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국악에서 가야금의 유자연은 아리랑 변주를 연주하면서 극장의 잔향을 여유 있게 활용했고, 해금의 차다슬은 한 음 한 음을 확실히 새기는 성실한 연주를 선보였다. 판소리 정주희는 감정이입이 빠르고 사설도 귀에 잘 들어왔다. 피리 이민하의 능숙한 연주는 무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그윽함을 연출했다.

피아노 박정로는 정갈한 톤 컬러에 절제된 미감을 잘 표현했고, 이수현(피아노)은 광기조차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동지연은 리스트의 화려한 리듬감을 잘 살렸다.

성악에서는 소리나 기량 면에서 세대 차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나날이 실력이 발전해 가고 있다. 바리톤 김재준의 맑은 음색과 소리의 극적 표정이 좋았고, 테너 석정엽은 빛깔 있는 음색으로 호소력이 있었다. 소프라노 이아영의 풍성하면서 가늘지 않은 고음, 손지수의 안정된 고음도 돋보였다.

현악의 바이올린에서는 박윤선의 원숙미, 김봄소리의 재치있는 솜씨가 청중을 끌어당겼다. 첼로 신호철의 안정되고 세련된 음색이나 비올라 정승원의 지구력과 끈기도 인상적이었다.

플루트 손소정은 음악의 힘과 여백의 효과를 살렸고, 이수현(플루트)은 현대적 감각과 고전의 깊이가 잘 묻어난 리버만의 소나타에서 기량을 보였다.

작곡 분야에서는 유리나가 스케일과 구조가 잘 짜인 음악성을 선사했다. 윤민호는 구조와 짜임에서 모두 에너지가 넘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하면 참가자들의 실력이 평준화되었고 곧바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연주가들도 보인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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