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명작, 스타와 만나 브로드웨이를 달구다

입력 : 2012.02.22 23:37

신시아 닉슨 '위트'서 암환자 열연… 최고제작진의 '세일즈맨 죽음'엔 가필드 합류
퓰리처 상 수상작 '위트' - '섹스 앤드 더 시티'의 그녀, 머리 밀고 50代 암환자 열연
프리뷰부터 인기 '세일즈맨…' - 토니상 받은 감독·의상·조명… 배우들은 감동의 혼신 연기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빨간 머리 변호사였던 그녀가 이번에는 빨간 야구 모자를 썼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다. 화려한 디자이너 드레스 대신 헐렁한 환자복을 걸쳤다. 그녀, 신시아 닉슨은 난소암 4기 판정을 받은 영문과 교수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47번가 새뮤얼 프리드먼 시어터에서 연극 '위트'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안녕! 오늘 어떠세요?"라고 인사하며 연극을 시작했다. "이렇게 평범한 인사가 사실은 제겐 평범하지 않아요. 이 공연 결말 부분에서 제가 죽거든요."

극작가 마거릿 애드슨의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수상작(1999년)인 '위트'는 지난달 26일 토니상 여우주연상 수상자(2006년)인 신시아 닉슨(46) 주연으로 막이 올랐다. 브로드웨이의 봄을 부르는 명작과 명배우 만남의 시작이었다. 지난 14일에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2006년 '카포티')인 필립 시모어 호프먼(45)이 아서 밀러의 고전이자 역시 퓰리처상 수상작인 '세일즈맨의 죽음' 주인공으로 뒤를 따랐다. '위트'와 '세일즈맨'은 브로드웨이 47번가의 두 극장에서 나란히 공연 중이다.

'위트'는 지성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50년을 살아온 여주인공이 말기 암 판정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보여준다. 셰익스피어는 단순해서 맘에 들지 않았고, 오직 존 던만이 진정한 시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병원 침대에 누워 "아주 많이 똑똑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며 흐느낀다. "나는 학생이고 이건 기말시험인 것 같아요. 질문을 모르겠는데 시간은 가고,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위트' 공연 47번가 - 지난 17일 연극‘위트’의 공연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47번가 새뮤얼 프리드먼 시어터 앞으로 관객이 모여들고 있다. /뉴욕=신정선 기자
'위트' 공연 47번가 - 지난 17일 연극‘위트’의 공연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47번가 새뮤얼 프리드먼 시어터 앞으로 관객이 모여들고 있다. /뉴욕=신정선 기자
닉슨의 조용하지만 강렬한 열연은 마지막 장면에서 특히 빛난다. 생명이 빠져나간 그녀의 육신을 붙잡고 소생을 시도하는 의료진의 옆에서, 닉슨은 알몸으로 환한 조명을 받으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는다.

지난 14일 프리뷰를 시작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토니상 하나 정도로는 끼기 어려운 최고의 제작진이 만들었다. 의상 담당은 토니상 5회, 조명은 토니상 5회에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게다가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에 토니상 연출상까지 받은 마이크 니콜스다. 여기에, 오는 7월 개봉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감독 마크 웹)의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가 가세했다.

/AP·블룸버그
/AP·블룸버그
실력과 명성이 함께하는 '세일즈맨'은 프리뷰 첫 주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세일즈맨'이 프리뷰 6일 만에 61만3569달러(약 7억3000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21일 보도했다. 토니상 수상으로 이미 흥행 가도에 오른 '워호스'를 제외하고는 브로드웨이 연극 중 최고 매출이다. 최고 인기 뮤지컬인 '북 오브 몰몬'에도 참여한 프로듀서 스콧 루딘의 가격 정책 덕도 봤다. 프리미엄석 티켓이 최고 225달러에 달한다. 좌석당 평균 티켓값은 107.47달러로, 이 역시 상연 작 중 최고 수준이다.

프리뷰 이틀째인 15일, 공연장인 에델 베리무어 시어터의 프리미엄석(앞에서 3번째 줄)에서 작품을 관람했다. 큰아들 역의 가필드가 내뱉는 침까지 다 보였다. 가필드는 극의 절정 부분에서 "저는 그저 저일뿐이에요"라며 아버지를 향해 피끓는 호소를 토해내는데, 문자 그대로 눈물과 콧물을 쏟아내면서 열연한다. 호프먼은 삶의 희망이었던 아들이 자신의 오류로 무너져버린 고통을 절절하게 전한다.

막이 내린 후, 극장을 떠나는 배우들을 보기 위해 팬들이 출구를 막고 줄을 섰다. 차에 오르려는 니콜스 감독에게 한 중년 여성 관객이 "고등학교 때 봤던 작품과 완전히 다르다. 힘이 넘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니콜스 감독은 "정말로요? 아, 너무나 감사합니다"라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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