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오페라 부르는 가수들… 성악가 될 수 있을까

입력 : 2012.02.16 23:25
로커 김종서는 베르디의 테너 아리아를 부르고, 아이돌의 원조인 god 출신의 손호영은 의젓한 중저음으로 투우사의 노래를 소화합니다. 최근 케이블 채널인 tvN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오페라스타 2012'입니다. 관객과 시청자의 평가를 통해서 가수들을 탈락시키는 방식은 여느 가요 경연 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기 가수 8명에게 매주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을 한 곡씩 부르게 한 뒤, 1명씩 탈락시킨다는 발상이 참신합니다. 가수들이 전문 성악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서 한 달간 맹훈련을 거듭하면서, 기존의 가요 창법을 버리고 성악가로 거듭나는 변신 과정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묘미입니다.

소녀시대의 보컬 스승으로 유명한 가수 더 원(The One)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가운데 '별은 빛나건만'을 부릅니다. 허스키한 음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호흡이나 음정 불안도 간간이 눈에 띄지만, 첫 무대에서 이 정도의 실력이면 최종 무대에서는 실제 성악가로 데뷔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천상지희 출신인 다나는 프랑스 가곡에서 무척이나 공들인 불어 발음을 선보입니다.

가요와 성악 창법을 나눌 수 있는 결정적 차이는 증폭 장치의 사용 여부입니다. 마이크를 사용해서 가성(假聲)과 비음(鼻音)을 맘껏 사용할 수 있는 대중음악과 달리, 오페라 성악가는 오로지 자신의 목청만으로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릴 수 있도록 풍성한 공명(共鳴)을 빚어내야 하지요.

그렇기에 실내 공연장에서 촬영하면서도 마이크를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은 가수의 실제 성량이나 음색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편법에 가깝습니다. 또 일부 아리아는 부르기 쉽도록 난이도 높은 고음으로 가득한 절정 대목을 살짝 건너뛰거나, 슬쩍 조(調) 옮김을 하기도 합니다. 가곡과는 달리, 아리아는 오페라 전체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작품의 일부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조 옮김을 하는 건 일종의 반칙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소 천사' 손호영이 오페라 '카르멘'의 멋진 투우사로 변신하고, 실력파 가수 박기영이 멋진 진성(眞聲)으로 '아베 마리아'를 열창하는 모습은 장르 간 '이종(異種) 결합'을 꿈꾸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입니다. 단지 생존과 탈락이라는 오락성만이 아니라, 성악가로 변신하기 위해 가수들이 무대 뒤에서 흘리는 땀방울까지 진솔하게 담아내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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