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확산? 천재를 키워라

입력 : 2012.01.31 23:09

먼로 구겐하임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한류 토론회 차 방한

알렉산드라 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아시아미술분과 삼성 수석 큐레이터는 “한류 확산을 바란다면 백남준·이우환 같은 천재를 키우고 알려라”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미국과 유럽은 한국 문화가 다양한 차원에서 주는 지적인 자극, 호기심, 흥미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천재를 발굴하고 키우라."

알렉산드라 먼로(Munroe·55)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아시아분과 삼성 수석 큐레이터는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류 3.0'의 동력을 이렇게 말했다. 뉴욕대 역사학 박사인 먼로는 한국 및 아시아 미술 전문가. 지난해 6월 24일~9월 28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 회고전 '무한의 제시'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는 31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한류:세계무대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파급력' 토론회 참석차 방한했다.

―한국 정부가 드라마에서 K팝으로 이어진 '한류'를 이제 고급 문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통문화에 초점을 맞춰 '한류 3.0'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문화의 향유란 '전통'과 '현대'중 택일이 아니다. '문화 교류'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자신의 문화를 '바치는(tribute)' 것이 아니라 '맞교환(exchange)'하는 것이다. 문화를 받아들이는 국가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특별히 한 군데에만 초점을 맞춰 국가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예술이란 '소통'이자 '대화'다."

―한국 예술의 요소 중 어떤 것이 '새로운 한류'로 발전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의 홍보보다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이 나오는 것이 먼저다. 일본은 미술·건축·문학 등이 굉장히 창의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중국 문화 역시 윤택하고 풍성한 문화를 세계에 선보인 덕에 확산됐다. 문화란 우발적이고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숨을 고르고 문화에서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창출되도록 배양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류정책과 관련, 한국 정부에 특히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는가.

"문화와 국가를 구분해야 한다. 문화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인들은 한국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어떤 것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백남준이 지금 살아 있다면 '나에 대해 잊어버리라. 젊은 작가를 발굴하라'고 할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천재와 그를 키우고 널리 알리는 시스템이다. 백남준도 이우환도 모두 천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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