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지모도 500번 맡아… 실연 기억이 연기에 한몫"

입력 : 2012.01.18 23:51

'노트르담 드 파리'로 돌아온 '콰지모도' 매트 로랑
"10㎏ 의상에 벽타고 구르고 이번 명곡은 영어로 불러요"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의 꼽추 콰지모도로 나오는 매트 로랑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표현한 웅장한 세트에 앉아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덕훈 기자 dhlee@chosun.com
어쩐지 키가 줄어든 것 같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쑤신다. 그래도 사랑한다. 13년간 그에게는 분신(分身)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19일 개막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다시 한국을 찾은 배우 매트 로랑(44)은 "콰지모도는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새로운 인생을 안겨준 고맙고 멋진 배역"이라고 말했다. 개막을 앞두고 무대 설치가 한창인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로랑은 "10㎏이나 나가는 콰지모도의 무거운 의상이 오히려 연기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의상이 불편하니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지면서 콰지모도의 슬픔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인 의상을 입고 벽을 타고 커다란 바퀴에 묶여 굴러다닌다. 당연히 온몸 여기저기가 뻐근하다.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 물리치료를 받는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는 100㎏이 넘는 종을 들어 올리려 제작팀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무대는 길이 20m에, 높이는 10m에 달한다. 감옥을 보여줄 쇠창살, 움직이는 기둥 등 무게로 따지면 30t이 넘는 장치가 동원된다.

16일 서울에 온 로랑은 "마트에 와인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점원이 '프랑스 사람이냐'고 물어서 캐나다 출신인데 뮤지컬 하러 왔다고 했죠. 그랬더니 '노트르담 드 파리'냐고 단박에 알더라고요. 제가 콰지모도라고 하니 너무나 기뻐하면서 좋아했어요. 6년 전 공연인데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니 매우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로랑은 1999년 '노트르담' 오디션을 통과해 콰지모도가 됐다. 직전에 가수로 솔로 앨범을 두 장이나 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때려치우고 공부나 할까' 하던 차에 오디션 공고를 보고 달려갔다. 다음날 "붙었으니 연습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로 콰지모도 역을 500번 가까이 했다. "누구나 내면에 각자의 콰지모도가 있어요. 겉모습이 어떻든 마음 한구석에 진실한 감정을 품고 있게 마련이죠."

그는 "나를 찼던 여러 여성에게 연기의 도움을 받는다"며 웃었다. "콰지모도를 표현할 때면 가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특히 13살 때 짝사랑했던 소녀의 기억이 여전히 절절해요."

'노트르담'은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해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본 흥행 대작이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꼽추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을 그린다. 2005년 국내 초연 때 8만명이 관람해 세종문화회관 공연 사상 '최단기간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2006년 앙코르 공연 때는 11만명이 봤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에서 공연해 두 달간 유료 관객 6만2000명을 동원하는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대표곡 '아름답도다(Belle)'등 가슴을 울리는 명곡의 힘이 대단한 작품이다. 불어로 불렀던 지난 공연과 달리, 이번엔 영어로 부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9일~2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3182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