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치 자료 뒤져 '젊은 체' 사진 찾아 허공에 수백 번 쏘고 또 쏜 끝에 완성

입력 : 2012.01.05 00:39
[그 무대의 비밀] '에비타'의 영상

뮤지컬 ‘에비타’의 자료 영상은 어쩌면 그렇게 생생할까요? ‘맘마미아!’의 달은 어찌 그리 밝을까요? 연극·뮤지컬·무용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연을 소개하는 ‘그 무대의 비밀’을 이번 주부터 연재합니다. 알고 보면 10배쯤 더 재미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뒷얘기들입니다.

뮤지컬‘에비타’의 무대 한가운데에 체 게바라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보인다. 관객은 역사적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며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에비타’의 무대 한가운데에 체 게바라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보인다. 관객은 역사적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며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설앤컴퍼니 제공
'전투'는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뮤지컬 '에비타'의 영상 디자이너 정재진(32)씨는 개막을 두 달 앞두고 공연장이 아니라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에바 페론과 체 게바라의 실제 자료 사진을 구하라는 특명 때문이었다. '대사 없이 노래로 전개되는 에비타를 관객이 어려워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작진은 고민 끝에 일대기를 영상으로 무대에 쏘아 이해를 돕기로 했다.

정씨는 국회도서관과 정독도서관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AP·로이터·CNN·독일 ZDF 방송 자료 50년치를 뒤졌다. 가장 힘들게 한 사진은 '젊은 체'의 모습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체 게바라는 수염이 덥수룩한 혁명가의 얼굴. 하지만 체 역의 이지훈은 해사한 청년의 모습이다. 연출자 이지나의 주문은 단호했다. "관객이 배우와 영상 사이에 거리감을 느끼면 안 돼. 아저씨 체 말고 20대 체를 찾아!" 도저히 못 찾을 것 같던 사진을 하나둘씩 보물 찾듯 찾아가며 두 달 만에 3000장을 확보했다. 구매 비용으로만 4000만원이 들어갔다. 1960년 12월 체 게바라가 북한을 방문해 한복 입은 소녀에게 춤을 배우는 사진도 있었다.

자료를 확보하자 이번에는 허공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영상을 투사할 스크린을 걸 수 없으니 공중에 쏴야 했다.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정씨를 비롯한 영상팀은 아무도 없는 LG아트센터 무대에 후보 영상을 수백 번씩 쏘고 또 쏘았다. 최종 영상은 개막 하루 전, 사진 50장을 녹색과 갈색 톤으로 조절해 완성됐다. 개막 무대를 보며 정씨는 후련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회도서관과 정독도서관의 장기 연체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정씨가 당당히 책을 반납한 날이었다.

▲'에비타'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 (02)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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