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한 해의 끝자락 놓치지 않게

입력 : 2011.12.07 09:16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 저물어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대를 갖게 되는 송구영신의 계절이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멋진 공연을 감상하면서 피부에 와 닿는 겨울의 낭만을 추억으로 아로새기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 12월, 성남아트센터의 무대를 수놓는 음악 공연들을 살펴본다.

12월 31일 송구영신 음악회, Goodbye & Hello
가장 먼저 12월을 겨냥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공연이 눈에 띈다. 12월 31일 오후 10시 오페라하우스에서 전 KBS 아나운서 김병찬의 진행으로 전방위 아티스트 양방언과 라틴 재즈 빅밴드 코바나, 국악인 김용우, 뮤지컬 배우 홍지민이 꾸미는 송구영신 콘서트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아티스트, 작곡가 양방언은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2세(일본 이름 : 료 쿠니히코)로, 마취과 의사 출신이다. 일본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건반을 연주하며 작곡가 겸 사운드 프로듀서로서 활동을 시작한 양방언은 의사로 1년 근무한 뒤 음악인으로 전향했다. 성룡 주연 영화 <선더볼트> , NHK TV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등 다수의 음악을 담당하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 음악인 ‘Frontier!’와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를 그리는 ‘Prince of Jeju’ 같은 작품으로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표현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OST를 담당했고, NC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아이온>과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등의 음악을 맡았던 양방언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과 메이드의 로맨스를 그린 저패니메이션 <엠마>의 음악도 담당했다. 특히 <엠마>의 음악은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바람이 풀숲을 움직이며 실려 나오며, 그 수풀의 향기가 묻어 있는 듯했다. 참으로 절묘하고, 슬프면서 정이 넘치는 양방언의 음악은 엠마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눈에서 뇌리에 머물게 했다. 또한 KBS TV의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 등장했던 양방언의 음악은 HDTV의 장엄한 풍경에 더없이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환경과 자연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양방언의 음악은 도심의 콘크리트 속에서 휴식처가 되어준다. 

올해는 양방언이 지난 2009년 <Timeless Story> 이후 2년 만에 신보를 발표한 해이기도 하다. 새 음반 <Floating Circle>은 새로운 희망을 향해 도약하는 모습을 그린 ‘Our Steps’나 공중을 떠다니는 영혼의 소리를 담은 ‘Circle Limits’, 전작에 수록됐던 ‘Pieta’를 리메이크한 ‘Pieta Rebirth 1’ 등이 수록돼 전작에서 보여줬던 새로운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펼쳐질 양방언의 송구영신 콘서트는 매 공연 완벽한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하며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온 그의 명성대로 감각적이고 퀄리티 높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악인 김용우가 들려주는 ‘군밤타령’ 등 국악 퓨전, 코바나의 흥겨운 라틴 재즈 음악, 홍지민과 앙상블 10인이 꽉 찬 사운드로 들려줄 뮤지컬 넘버들에 이어 모든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하는 새해 카운트다운, 희망 풍선 날리기가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날 송구영신 음악회는 공연장을 찾지 못한 성남시민들도 즐거운 섣달 그믐밤을 만끽할 수 있도록 모란역과 야탑역(예정) 등의 야외에서 지역 케이블TV인 아름방송이 현장 방송 중계를 진행, 생생한 축제의 밤을 전할 것이다.

신동에서 거장 예약, 김한의 클라리넷
이에 앞서 12월 15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도 주목된다. 팝페라 가수 카이(정기열)가 사회를 보고 임평용이 지휘하는 성남시향이 시벨리우스 ‘핀란디아’로 콘서트의 포문을 열어젖히고,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을 김한이 협연한다. 만 15세로, 이튼칼리지에 음악 장학생으로 재학 중인 김한은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다. 일찌감치 클라리넷 신동으로 불렸으며, 2009년 월간 <객석>이 선정한 10인의 유망주에 들었다. 최근 해외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한의 일취월장하는 클라리넷 솜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후 프로그램도 연말과 잘 어울린다.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곡’과 ‘꽃의 왈츠’,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곡’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연주를 들으면 한 해가 마무리된다는 것이 실감될 것이다. 

12월 18일에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성남아트센터를 찾는다. 24명의 소년들이 성탄을 축하하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해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창’, 모차르트의 자장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엔니오 모리코네의 ‘Nella Fantasia’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소화할 예정이다. 1906년 설립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세계를 순회하며 감동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번 내한에서도 투명하고 깨끗한 소년의 미성으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에이지 한일전, 유키 구라모토 vs 이루마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 뉴에이지 피아노 스타 유키 구라모토의 무대가 마련된다. 총 14장의 음반을 국내 발매해 통산 1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뉴에이지 뮤지션, 유키 구라모토의 공연에서 객석은 늘 북적인다. 이번에도 프로그램이 푸짐하다. 반주를 맡은 김영준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가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와 ‘시바 여왕의 도착’을 연주하고 오보이스트 함경이 협연하는 바흐 오보에 협주곡 BWV1059, 소프라노 신델라가 협연하는 비발디의 ‘세상에 참평화 없어라’와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에 이어 유키 구라모토가 자신의 베스트 컬렉션을 연주하고 신델라와 더불어 자신이 작곡한 보컬곡들을 연주한다. 이 외에도 영화음악과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이어진다.

한편 12월 30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공연이 열린다. 지난 2001년 데뷔한 이후 100회 이상의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라디오 진행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이루마의 이번 공연은 지난 10년간의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는 의미로 ‘The Best’라는 제목이 붙었다. 예상외로 떠들썩하기보다는 차분한 피아노 솔로 공연이다. ‘자신이 만든 곡을 직접 연주하는 아티스트’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잘 표현하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의도했다는 이루마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서 이루마는 10년간 ‘최고 중의 최고’인 레퍼토리를 골라 연주하며 음악 인생과 ‘인간 이루마’의 일상에 대한 진솔한 토크도 곁들인다.

재즈 디바 웅산 vs 한의 소리 장사익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성남아트센터 무대를 장식할 아티스트는 재즈 디바 웅산이다. 오후 7시 ‘Happy Christmas Season 2’라는 제목으로 개최될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에 시즌 1 공연에서 선보인 뛰어난 가창력과 독특한 색채가 묻어나는 공연을 잇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그녀의 히트곡 ‘Yesterday’를 비롯해 6집 정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웅산의 현란한 스캣을 느낄 수 있는 자작곡 ‘Like a River’, 전체 타이틀이자 또 다른 대표곡으로 부상하고 있는 ‘Tomorrow’, 산울림의 ‘찻잔’과 신중현의 ‘꽃잎’을 새롭게 재해석해 그녀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곡을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스탠더드 재즈곡 ‘As Times Go By’ ‘The Water is Wide’, 재즈풍으로 편곡된 캐럴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코디언 연주가 정태호와 함께 탱고음악과 재즈, 클래식이 만나는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12월 27일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장사익의 ‘소리판 역驛’ 공연이 열린다. ‘찔레꽃’의 한을 내뱉는 듯한 인상적인 가창이 떠오르는 그의 노래들은 삶의 가치를 확인케 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꾀했다. 이번 공연의 주제 또한 우리의 삶을 반추하는 노래들로 스쳐 지나가는 ‘역驛’을 통해 반복되는 삶의 일상을 노래한다. 삶을 향한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역. 누구는 뿌리내리고, 누구는 다시 떠나고 그렇게 흘러간다. 장사익은 1부에선 ‘여행’ ‘역’ ‘산 너머 저쪽’ ‘허허바다’, 2부에선 ‘엄마 걱정’ ‘꽃구경’  ‘이게 아닌데’ ‘찔레꽃’ 등 새롭게 선보이는 노래와 귀에 익숙한 노래들을 부른다. 가장 한국적인 감성과 자연스럽고 시적인 노랫말로 친숙하게 다가설 것이다. 3부에선 장사익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되는 기존의 가요들이 꽃 피는 봄날처럼 흥겹게 펼쳐질 것이다.

이 밖에 12월 21일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는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가수 조관우가 오른다. ‘겨울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특유의 가성 창법을 선보이는 무대. 또 12월 29일 오페라하우스에서는 가수 조영남의 무대가 펼쳐진다. 쎄시봉에서 노래를 시작한 지 45년 세월을 반추하는 추억의 무대로 준비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반주도 함께한다.

음악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제는 추억의 뒤안길로 남겨둘 2011년의 끝자락을 성남아트센터에서 함께한다면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글.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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