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을 그대로…눈물샘 자극하는 연극 '하카나'

입력 : 2011.11.07 14:41
[OSEN=이은화 기자] 지난 4일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연극 '하카나'의 막이 올랐다.

연극 '하카나'는 지난해 극단 시월(詩月)의 창단공연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공연의 돋보이는 점은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라 할 수 있다. 연극 '하카나'는 소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 조금은 코믹하고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계될 계기가 될 만하다.

공연의 소재는 '사랑'이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줄거리는 흔히 예상하는 러브스토리와는 다르다. 극의 시대와 설정은 현대극이 아닌 일본의 옛 배경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살린 노름판의 실감나는 묘사와 싸움 장면의 조명 효과 등은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연극 '하카나'는 노름의 여신에게 총애를 받는 천하의 노름꾼 '스즈지로'(김장동 분)가 노름에 끼어든 '적귀'(진영선 분)로부터 돈 대신 절세미인 ‘하카나’(서혜림 분)를 얻게 되면서 진실된 사랑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시체를 찢어 맞춘 몸둥이에 갓난애 영혼을 가진 하카나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까지는 꼬박 100일이 걸리는 몸. 하카나는 스님 '묘해'(노시홍 분)의 도움으로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며 일취월장 아름다워지게 되지만, 스즈지로는 망나니 같은 생활을 계속 이어가며 노름판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 하카나까지 노름판에 올려놓게 된다.

'하카나'는 일본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스즈지로의 일본 옛 헤어스타일과 하카나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순백의 옷과 성숙미를 보여주는 붉은 옷, 적귀의 도깨비 방망이 등은 관객의 몰입과 이해를 돕는다. 

더욱이 무대 위에서의 연기는 인간이 되고 싶은 하카나와 그러한 하카나의 소망을 뒤늦게라도 이루어주고자 깨닫게 되는 스즈지로의 울부짖음으로 관객들에게 진심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러나 중간중간 섞인 망나니 스즈지로의 거친 대사와 사창가를 표현하는 노골적인 연기는 가족단위의 관객이 보기에는 다소 민망할 수도 있다.

내내 유쾌하고 진지한 연기를 펼치던 공연은 후반부 약간의 반전을 맞는다. 망나니 같았던 스즈지로와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하카나의 이야기. 가장 행복한 사랑은 이것이 진짜 사랑임을 그 순간 깨닫는 것임을, 연극 '하카나'는 현재 연인이거나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될 이들에게 운명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메시지로 남긴다.

올 겨울 눈물샘을 자극할 연극 '하카나'는 내년 1월 1일까지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silver1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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