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유열·김동규, 중·장년 위한 '청춘연가'
비틀스에 열광하고 소풍 가면 고고 춤추던
그 시절로 시간여행
"그래도 이 중에선 내가 제일 담백하지."(유열)
"무슨 말씀. 내가 한결 깔끔하지 않아요?"(최성수)
"우리 그만 합시다. 동물성이건 식물성이건 다 '오일'이에요."(김동규)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 가수 최성수(51)와 유열(50), 바리톤 김동규(46)가 '누가 더 느끼하냐'는 주제로 즐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우린 느끼남이다. 그러니 아직 청춘이다'란 엉뚱한 결론을 내린 세 사람은 곧바로 화음을 맞추며 연습에 들어갔다.
'열린음악회' 등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호흡해온 세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중·장년과 가족관객들을 위한 고품격 콘서트를 열자고 손을 맞잡은 것. 머리를 맞대 고안해낸 이름이 '청춘연가'. 나이는 어느새 쉰을 넘었거나 앞두고 있지만, 음악 열정만큼은 영원한 청춘으로 남겠다는 취지다. '청춘연가' 첫 공연은 12월 17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디너 콘서트다.
세 사람은 "4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고급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채로운 색깔의 공연들이 열린다는 건 그만큼 문화가 성숙됐다는 증거예요. 이번 공연의 색깔은 조금의 열정이 더해진 은은한 서정입니다."(유열)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최근 대학교수(장안대 실용음악과)로 부임한 최성수는 "동시대 가요·가곡·팝송이 골고루 사랑받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가곡 '비목'도 유행가처럼 불리고 인기를 모았어요. 양극화되는 공연 시장에서 소외되고 지친 분들을 위한 공연입니다."(최성수)
김동규는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확실하게 금욕하며 수도승처럼 산다"고 했다. "선배님들은 대중음악을 하고 전 클래식을 했지만, 어린 시절은 똑같아요. 비틀스 음악에 열광하고, 소풍 가면 고고음악을 틀고 청춘을 불살랐죠. 그 노래들도 많이 부르려고요."
김창완과 꾸러기들(최성수), MBC 대학가요제 대상(유열), 베르디 국제성악 콩쿠르 우승(김동규) 등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경로는 제각각이지만, 세 사람의 음악적 색깔은 비슷하다. '가요 같은 가곡' '가곡 같은 가요'들을 즐겨 부르다 보니 클래식과 팝이 크로스오버되는 지점으로 자연스레 수렴됐던 것.
이번 공연에서도 '동행' '화려한 날은 가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각자의 히트곡들을 다양한 빛깔로 들려주고, 서로의 대표곡을 부르는 시간도 선보인다. '꿈꾸는 백마강' '유 레이즈 미 업' '콴타나메라' 같은 장소·시공을 초월한 애창곡들도 아름다운 하모니와 격조 있는 편곡으로 들려준다. 주제가 음악 얘기로 넘어가자 상대방이 서로 더 느끼하다며 신경전을 벌이던 세 남자는 서로에 대한 칭찬 경쟁을 벌였다.
"최성수씨는 언제라도 테너로 성공할 수 있는 환상적인 목소리를 타고났어요. 유열씨는 지금까지 노래 부를 때 나쁜 컨디션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자기 관리가 철저했단 얘기죠."(김동규)
"유열씨는 86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을 때의 신선함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 저 목소리 여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웃음). 김동규씨는 90년대 초반 베르디 콩쿠르를 석권했으니 다른 말이 필요 없어. 음악의 김연아!"(최성수)
"'동행'이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곱씹을수록 깊은맛이 우러나는 노랫말이에요. 이런 싱어송라이터 없습니다. 김동규씨도 참 대단해요. 클래식 울타리를 벗어나 꾸준히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유열)
연습 도중 잠깐 사진을 찍을 때 세 사람은 고교생들처럼 장난스럽게 갖은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했다. "이렇게 모이니까 옛날 '여학생' 브로마이드 찍는 것 같지 않아?" "여학생뿐 아니라 하이틴, 학생중앙도 있었잖아. 하하." 공연문의 1544-2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