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성패, 제목짓기 나름

입력 : 2011.10.19 23:31

대학살의 신 - 코미디인데 '학살' 이름 탓에 거부감
살인마 잭 - 영어 원제 '잭 더 리퍼'로 바꿔 흥행

'제목 장사가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이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서 초연한 연극 '대학살의 신(Le Dieu du Carnage·사진)'.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작품으로 토니상을 거머쥔 수작이다. 두 부부의 충돌을 그린 세련된 코미디극이지만, '대학살'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들어 관객 몰이가 쉽지 않았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학살'이라는 단어가 금기어처럼 돼 있던 때라 기업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 12월 재공연을 앞두고 제목을 바꿀까 고민했지만 이 제목으로 여러 상을 받은 만큼 작품의 힘을 믿고 가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제목을 바꿨다가 흥행에 실패해 다시 원래 제목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다. 1969년 초연된 연극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백인 여자와 흑인 하녀 사이의 이야기로, 두 여인 모두 창녀 생활의 과거를 갖고 있다. 원제목은 'Requiem for a nun'이지만, 작품 속에 수녀가 나오지 않아 제목을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정했다. 하지만 1978년 재공연 때 '창녀'라는 단어가 제지를 받자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으로 제목을 바꿨다가 초연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11월 23일 이 작품을 다시 올리면서 초연 제목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을 되살렸다.

초기에 제목을 바꿔 성공한 사례도 있다. 2009년 11월 초연한 뮤지컬 '살인마 잭'. 역시 '살인마'라는 제목 때문에 홍보에 애를 먹다 재공연부터는 '잭 더 리퍼'로 영어 원제목을 한글로 표기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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