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재 연주자 쓰지이 노부유키]
손열음은 정말 존경하는 연주자… 서로 다른 개성의 하모니 기대하라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쓰지이 노부유키(辻井 伸行·22)에게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조건을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그는 일 년에 전 세계 50여곳을 돌아다니며 연주회를 갖고 있다. 누구에게도 벅찬 일정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관객과 만나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내면을 위로하는 힘이 있는 연주자"라는 평을 듣는 그는 "(감동은) 연주자의 장애 여부와는 관련이 없어요. 관객은 한 명 예술가로서의 내 음악을 감상할 뿐"이라며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도전적이며 유쾌한 성격의 그를 만든 건 어머니 쓰지이 잇코의 특별한 교육법이었다. 엄마의 노래에 맞춰 장난감 피아노를 치는 두살 아들의 모습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는 자신만의 교육법을 만들어 나갔다. 어머니는 쓰지이와 함께 박물관, 미술관을 함께 다녔고, 불꽃놀이 등 축제에도 데려갔다. 볼 수 없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그림과 조각의 특징,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을 자세하게 설명해가며 감수성을 키웠다. 그런 경험은 음악적 표현력과 상상력의 자양분이 됐다. 쓰지이는 요즘도 연주를 위해 방문하는 도시의 박물관 미술관을 찾고 뒷골목을 산보한다. 스키, 수영, 등산 등 다양한 운동도 즐긴다. 그는 "등산을 하면서 듣는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 그 느낌이 너무 좋다"면서 그런 경험이 음악적 표현력을 넓혀주는 원천이라고 했다.
승마 경험이 없는 쓰지이는 미국의 어느 목장을 방문했다가, 곧바로 말에 올라 한 시간 이상을 달린 적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다양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교육 덕이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이제 아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해야 할 때가 됐다"며 더는 연주여행에 따라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불안하지만, 프로연주가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됐다."
오는 9월 15일 쓰지이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합동 공연을 갖는 것. 쓰지이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해봤지만, 동료 피아니스트와 한 무대에서 같은 곡을 나란히 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쓰지이가 공동 우승을 했고, 손열음이 2등을 했다. 손열음이 불편한 쓰지이의 손을 잡고 시상식으로 나가는 장면이 일본 NHK를 통해 소개돼 일본에서 한·일 간의 우정의 사례로 화제가 됐다. 그는 "반 클라이번에서 손열음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 그녀가 우승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예요." 손열음이 최근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 한 소식을 들었다는 쓰지이는 "인터넷을 통해 공연 실황을 들었는데, 우승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연주였다"면서 "콩쿠르는 심사위원의 선호가 있어서 반드시 실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쓰지이는 "다른 개성을 지닌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함께 음악을 만들어갈지 나도 기대가 된다"면서 "한국의 관객들이 즐겁게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