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각박할수록 즐거운 예술 원하죠

입력 : 2011.07.18 23:38

공공미술작품으로 '상한가' 김경민

"2004년 한 아파트 공공미술 작품 심의장에서 한 심사위원이 제 작품을 가리키며 '미술작품이라기보다는 장난감 같다'며 탈락시켰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껴요."

최근 한창 공공미술 작품으로 주가를 올리는 조각가 김경민(39·사진)은 불과 7년 전만 해도 심사장에서 창피를 당했다. 당시 그가 제출한 프로젝트는 물고기 잡는 사람들, 말 타는 어린이들, 산책 나온 엄마와 아이가 사과 먹는 모습 등을 컬러풀하게 표현한 조각작품 '나들이'. 그는 아파트의 가족적인 이미지와 그 작품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심사위원들 생각은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3~4년 사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K타워 앞에 높이 4m20㎝짜리 조각 '굿모닝!(Good-morning!)'을 설치했고, 서울 대치동 KT&G 코스모 대치 앞 '세상을 꿈꾸며'를 비롯해 기업체 사옥, 리조트, 아파트 단지, 지하철 역사 등 전국 곳곳에 20여점의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K타워 앞 김경민의 '굿모닝!'. /김경민 제공
김씨는 "내 작품 자체가 바뀌진 않았다.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만화영화 속 캐릭터 같은 인물들을 내세워 일상의 소박한 장면들을 코믹하고 경쾌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의 작품 특징. 김씨는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이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가 왔다. 비구상적이고 추상적인 기존 예술작품들을 외면하고 쉽고 친근한 작품을 찾게 되는 대중의 취향을 건축주들이 재빠르게 캐치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성신여대 조소과 출신으로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씨는 "때로는 내 작품이 지나치게 재미에만 치우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엄마가 된 후로는 '가벼운 일상'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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