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자, 내 청춘' 10㎝ 하모니카로 노래… 일본도 박수쳐줬죠

입력 : 2011.07.13 23:51

하모니카 강국 日 최대규모 대회 우승 박종성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시상식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아르헨티나에 계신 최광규(58) 선생님께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어요."

지난달 4·5일 제31회 전 일본 하모니카 대회에서 박종성(24)씨가 트레몰로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하모니카 강국(强國) 일본의 가장 큰 규모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 박씨는 2002 아시아 태평양 하모니카 대회(일본) 청소년 트레몰로 부문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8 아시아 태평양 하모니카 대회 3관왕(트레몰로 독주·2중주, 앙상블), 2009 세계 하모니카 대회(독일) 1위를 거머쥐었다.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06학번)에 입학, '제1호 하모니카 전공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박씨가 하모니카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열세 살 때 동네 문화센터에서 최씨에게 배우면서부터. "작은 호흡이나 울림에도 바로 소리를 '촤앙' 내니 마음속에 숨겨놨던 비밀을 시원스레 털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최씨는 늘 칭찬해줬고, 일본산(産) 20만원짜리 새 하모니카까지 선물했다. 박씨는 1년 만에 친구들과 하모니카 4중주단 '하모니키즈(Harmony Kids)'도 결성, '캐논변주곡', '가제트 형사' ost 등을 편곡해 열심히 불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9년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고, 이듬해엔 어머니가 위암 판정을 받았다. "하모니카를 불어도 기쁘지 않고, 당장 먹고살기 급했던" 그를 붙잡아준 사람도 최광규씨였다. 방학 때면 선생님은 그를 불러 하모니카를 연습시켰고, 2002년에는 대회 출전 경비(100만원)를 대줬다. 투병생활 8년 만에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선생은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네 연주를 들으실 거다"며 위로했다. 이에 힘입어 그는 하모니카 자작곡 만들기에 매달렸고, 2009년 다시 일어나 달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5분짜리 '런 어게인(Run Again)'을 작곡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이 곡을 불었다. 심사위원이자 독일 호너 콘서바토리움 하모니카 교수를 18년간 역임한 하모니카 연주자 와타니 야스오는 "직접 작곡한 하모니카 오리지널 곡을 연주한 유일한 참가자로, 완벽한 짜임새의 수준 높은 창작곡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박씨는 오는 17일 서울바로크챔버홀에서 우승 기념 연주회를 연다. '런 어게인', 기타와 함께 연주하는 '로망스' 등을 들려준다. 그는 "하모니카는 10㎝짜리 작은 몸체이지만 구슬픈 소리, 서정적인 사랑, 힘차고 역동적인 록, 세련된 재즈와 웅장한 클래식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며 "하모니카로 세상의 모든 감정을 요리해내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17일 오후 5시 서울바로크챔버홀, 070-7553-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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