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7.13 23:54
"그림 같구나 그림 같구나/ 한 세상도 그림 같구나…."
배우들은 이 노래를 합창하며 무대 앞 계단으로 내려간다. 점점 형체가 지워지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본다. 어린 김홍도(민은경)가 빛깔에 홀려 나비를 따라다니고 있다. 스승 표암(왕기석)이 "먹을 갈랬더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게냐"고 꾸짖는다. 홍도는 결국 나비를 놓친다.
연극 '화선, 김홍도'(배삼식 작·손진책 연출)는 이렇게 닫힌다. 국립극장 산하 국악관현악단·창극단·무용단이 2000년 '우루왕' 이후 11년 만에 합작한 이 가무악(歌舞樂) 무대는 서정적이되 허전했다. 김홍도는 조선 사람과 풍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그림에서 역으로 세상을 뽑아내겠다는 시도였다. 낭만적인 추락의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배우들은 이 노래를 합창하며 무대 앞 계단으로 내려간다. 점점 형체가 지워지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본다. 어린 김홍도(민은경)가 빛깔에 홀려 나비를 따라다니고 있다. 스승 표암(왕기석)이 "먹을 갈랬더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게냐"고 꾸짖는다. 홍도는 결국 나비를 놓친다.
연극 '화선, 김홍도'(배삼식 작·손진책 연출)는 이렇게 닫힌다. 국립극장 산하 국악관현악단·창극단·무용단이 2000년 '우루왕' 이후 11년 만에 합작한 이 가무악(歌舞樂) 무대는 서정적이되 허전했다. 김홍도는 조선 사람과 풍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그림에서 역으로 세상을 뽑아내겠다는 시도였다. 낭만적인 추락의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김홍도가 죽고 난 1850년대가 배경인 이 연극은 전기적이지 않다. 단원의 '추성부도(秋聲賦圖)'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무대는 "손끝에 피어난 모든 것/ 가을바람에 흩어지누나~"라는 노래로 열린다. 빌려준 김홍도의 그림을 받아내러 손수재(성기윤)의 집을 찾아간 김동지(박철호)는 우여곡절 끝에 단원의 그림 '추성부도'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무대에는 '씨름' '무동' '장터길' '대장간' '시주' '나룻배' 같은 김홍도의 그림 속 세상이 펼쳐진다.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통한 영상, 회전무대를 이용하면서 그림과 배우들의 연기가 겹쳐지는 대목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인생무상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장구한 주제에 비하면 헐겁고 범박했다. 연기·노래·춤이 힘을 합쳐도 그림만 못한 장면이 많았다. "이곳은 어디고 저곳은 어딘가" "그림 속에서는 늙지도 죽지도 않고, 흘러도 흘러도 다함이 없다" 같은 추상적인 대사가 나올 때 그 틈새는 훨씬 커 보였다.
'화선, 김홍도'는 국립극장의 국가 브랜드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동 작업이다. 하지만 닫힌 극장 형태의 연극으로는 무르익을 시간과 손질이 필요하다. 과거에서 과거로 들어갈 게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 또는 과거에서 현재로 나오는 형식이라면 어땠을까. 김홍도의 그림과 이야기가 너무 멀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