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가무악 '미소2'… 볼거리 많지만 불친절한 '신라'

입력 : 2011.07.07 03:03

無자막에 큰 이야기… 이해 어려워

관광버스를 타고 가며 차창 밖으로 신라의 역사를 훑은 기분이다. 건국과 박혁거세, 화랑 용춘과 덕만공주, 전쟁과 이별, 삼국통일…. 70분 만에 간추린 이 '속성 관광'은 화려한 춤과 다양한 볼거리로 속을 채웠다. 하지만 마음을 둘 곳이 없었다. 인물은 단편적이고 이야기는 방대해 다가서기 어려웠다.

가무악 '미소2-신국의 땅, 신라'(총연출 최정임)가 경주에서 개막했다. 정동극장이 제작해 16년간 65만 관객(90%가 외국인)을 모은 '미소(MISO·美笑)'의 후속작이다. 경주시 입장에서도 줄어드는 수학여행단, 외국인 관광객, 국내 관광객 등을 붙잡아둘 공연 콘텐츠로 관심을 가졌다.

‘미소2’에서 보검을 높이 든 신라 선덕여왕. /정동극장 제공
‘미소2’에서 보검을 높이 든 신라 선덕여왕. /정동극장 제공

초연은 악조건 속에서 올라갔다. 예산 부족으로 가무악의 한 축인 라이브 국악이 빠지고 MR(녹음 반주)을 썼다. 또 공연장은 700석으로 정동극장보다 덩치가 3배나 커졌다. 비주얼은 전작보다 나아졌다. 레이저로 출렁이는 물결을 만들며 열린 무대에는 와이어 액션과 영상, 남성성과 여성성을 적절히 배치한 군무(群舞)가 들어왔다 나갔다. 소나무숲, 안압지, 석굴암 같은 소재로 경주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형성 있는 북춤으로 엔딩을 향해 달리는 결말부도 좋았다.

하지만 '미소2'는 불친절했다. 경주나 신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을 향한 공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통 큰 이야기를 대사도 자막도 없이 이해할 관객이 얼마나 될까. 뿌연 안갯속에 스쳐가는 풍경을 차창 밖으로 보여줄 뿐, 어느 공간에도 멈추지 않는 관광버스 같았다.

'미소'는 한국을 대표하는 춘향전을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에게 관람의 기쁨을 준다. '미소2'는 겨냥하는 관객을 좀 더 명확히 하면서 퍼진 이야기와 인물을 좁히고 음악을 손질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주의 모든 것을 압축하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강점인 한국무용의 앙상블과 강강술래 체험 등을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언어가 없는 공연의 성패는 초반 5분에 갈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에서 계속 공연. (054)74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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