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여는 킹스 칼리지 합창단 '보이 소프라노' 손주환군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수놓을 합창단이 온다. 1446년 영국 왕 헨리 6세 때 만들어진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이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인 이들은 7월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특유의 투명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16명의 소년단원 중에 한국인 손주환(13·사진)군이 있다. 합창단의 600년 역사상 첫 동양인 '보이 소프라노'(boy soprano)다. 29일 오후 전화로 만난 손군의 목소리는 '솔'음에 가까웠다. 1998년 영국 에버딘에서 태어난 손군은 3~10세까지는 한국에서 살다 다시 영국으로 갔다. 지금은 합창단이 소속돼 있는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스쿨 7학년에 재학 중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BBC를 통해 전세계 청취자들에게 캐럴을 들려주는 킹스 칼리지 합창단은 합창강국인 영국에서 가장 유서깊고 실력있는 청소년 합창단으로 꼽힌다.
손군은 2009년 1월 킹스 칼리지 합창단 단원 선발 오디션에 응시해 한번에 붙었다. 가족모임에서 '애국가'와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던 그는 오디션에서도 '애국가'를 불렀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절대음감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
보이 소프라노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부터 비올라·피아노·클라리넷을 번갈아 연습하고 하루 3시간여씩 1주일에 총 24시간 노래를 부르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이쯤되면 손군의 꿈은 세계적 성악가일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손군의 꿈은 "음악을 프로처럼 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끊임없이 발견해내서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 삶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요. 바이올린을 잘 켰던 아인슈타인처럼요."
변성기가 오면 손군은 합창단을 그만둬야 한다. 그래서 이번이 손군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 수도 있다. 손군은 "목소리에 안 좋은 콜라, 햄버거, 우유는 절대 안 먹는다"며 "지금 키가 163㎝인데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면 우유는 안 마셔도 돼요. 키는 더 안 커도 돼요. 하하!"라고 했다.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 내한공연=7월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