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모비딕 역 맡은 뮤지컬 본 적 있나요"

입력 : 2011.06.23 03:13

복수심 불타는 선장은 첼로… 연주자가 연기까지 '모비딕'

항해를 앞둔 뮤지컬 '모비딕'은 땅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21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지하 2층 연습실. 첼로를 쥔 에이헙 선장(황건)과 기타를 멘 일등 항해사 스타벅(이승현)이 충돌한다. "막 태평양에 들어섰는데 배를 세우고 수선하라고? 내버려둬, 내 몸도 새고 있어!"(에이헙)

'모비딕'은 악기를 몸의 일부이자 캐릭터로 쓴다. 복수를 위해 흰 고래 모비딕을 추적하는 에이헙에게는 무겁고 음역이 넓은 첼로가 어울리고, 첼로의 핀은 의족(義足) 노릇도 한다. 작살잡이는 바이올린의 활로 날렵한 에너지를, 항해사는 클라리넷으로 망원경을 각각 표현한다.

연주자들이 연기까지 하는 창작 뮤지컬‘모비딕’. /모비딕프로덕션 제공
연주자들이 연기까지 하는 창작 뮤지컬‘모비딕’. /모비딕프로덕션 제공

대부분 연주자 출신인 배우들은 피아노·바이올린·첼로·더블베이스·트럼펫·드럼 등을 연주하면서 직접 연기한다.

무대는 그랜드 피아노를 고래잡이배의 갑판으로 확장한다. 배우들은 의자에 앉은 채로 관객에 노출돼 있다가 필요한 연주를 하며 드라마에 참여한다. 음악이 풍성한 뮤지컬이다. 연출가 조용신은 "음악·악기·캐릭터를 뭉쳐 초현실적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덩치 큰 더블베이스가 모비딕을 맡는다. 주제 선율이 아니라 주제 음향이 있다. 작곡가 정예경은 "소음 등 음향 효과까지 다 악기로 처리한다"면서 "모비딕이 절규하고 끽끽대는 소리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연습실에서 "고래다!"를 외치는 순간에는 드럼과 바이올린, 피아노의 호흡이 긴박해졌다.

포경선을 탄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악이 불화하지 않고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건져 올릴지, 이 뮤지컬 자체가 '험한 고래잡이'다. 24~26일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초연하고 7월 19일부터 두산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02)747-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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