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22 00:35
동양인 남자로는 첫 입단 "한국발레 위상 높이고 싶어"
'러시아의 자존심'이 한국 무용수를 허락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발레리노 김기민(19)이 세계 최정상 클래식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키로프)에 입단한다. 김기민은 국제전화에서 "마린스키는 어릴 적부터 꿈의 무대였다"고 말했다. "입단 통보를 받고 '네? 네? 네?' 세 번 되물었어요. 실감이 안 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250년 역사의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백조의 호수'(1895) '호두까기 인형'(1892) 등을 초연한 클래식 발레의 종갓집이다. 세계적 스타 디아나 비시노바를 비롯해 300명에 달하는 단원 대부분이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출신이다. 동양인 발레리노는 김기민이 최초다. 더욱이 그는 한국에서만 배운 토종 무용수다.
김기민은 "지난주 오디션을 봤는데 마린스키도 전례가 없어 사흘을 고심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선희 한예종 교수는 "전통과 조화를 중시하는 마린스키가 동양인을 뽑은 것만으로도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기민은 2008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금상, 2009 모스크바국제발레콩쿠르에서 금상 없는 은상, 2010 바르나콩쿠르 금상을 차지한 한국 발레계의 왕자다. 이원국·김용걸을 능가할 재목이라는 평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의 집에서 가장 무서운 벌은 "내일 (발레)학원 안 보낸다"였다.
181㎝에 65㎏인 그는 "러시아 발레는 공기부터 다르다. 누레예프, 바리시니코프, 니진스키 같은 존경하는 무용수가 다 마린스키 출신"이라며 "테크닉 이상 표현력을 중시하는 이곳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