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교도'를 무대 올리냐고? 어려워서"

입력 : 2011.06.16 03:06

글로리아오페라단 20년… 양수화 단장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 준비 한창 "오페라엔 시·노래·춤·연기 다 있어… 욕심쟁이들이 보면 딱 좋을 장르죠"

창단 20주년을 맞은 글로리아오페라단이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청교도'를 올린다. 벨리니(1801~1835)가 34세로 죽기 전 마지막 쓴 작품으로 여주인공이 연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가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 무대는 1996년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이후 15년 만이다. '하이 F'까지 고음을 끌어올려야 하는 테너, 실성한 연기를 하며 혼자 16분간 노래해야 하는 소프라노 등 배역 소화가 몹시 까다롭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신사동 글로리아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난 양수화(63) 단장은 "그래서 '청교도'를 고른 것"이라고 했다. "운전하면서 매일 듣는데 들을수록 빠져들어요. 어렵다고 피하면 영원히 못하지요." 사무실 벽면은 1991년 창단 이후 제작한 로시니 '모세', 메노티 '시집가는 날'. 창작 오페라 '원술랑' 등의 포스터 22장으로 꽉 차 있었다.

이화여대 종교음악과(성악 전공)를 졸업한 양 단장은 결혼 후 1980년대 중반 떠난 뉴욕 유학에서 1주일에 5번 이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봤다. 3년 뒤 귀국한 그는 1991년 겨울 오페라단을 만들었다. 뉴욕의 오페라와 '호흡 있는 자마다 노래를 하라'는 시편(詩篇) 마지막 장의 '명령'이 준 결과였다.

양수화 단장은 “20년간 쏟아부은 내 피와 땀이 ‘청교도’에 고스란히 투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양수화 단장은 “20년간 쏟아부은 내 피와 땀이 ‘청교도’에 고스란히 투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국공립을 제외한 국내 민간 오페라단만 현재 100여 개. 양 단장은 "개인 오페라 단체가 이렇게 많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실제 활동 중인 단체는 20여개도 채 안 된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 때문이다.

2004년 6월 프랑스 파리 모가도 극장에 올린 창작오페라 '춘향전'은 합창단·무용단·오케스트라 등 110여명의 공연단을 이끌고 비행기로 실어간 무대장치만 14t, 공연비용은 7억원이 들었다. 국가에서 지원(20%)받고, 한국 기업 및 한인회가 단체 티켓을 구입했지만 상당 부분은 양 단장 사비(私費)로 채웠다. "빌딩 몇 채 없앴다고 보면 돼요. 갖고 있던 그림도 내다 팔았지요." 1994년 베르디 '가면무도회'를 제작할 때 김환기 작품과도 이별했다. "그래도 나는 잘나가는 남편 있는 여자 출연자에게는 티켓 좀 사라고 해도 남자 출연자에게는 한 번도 티켓 사란 말 안 했어요. 가장(家長)이 오페라를 했으면 몇 푼이라도 들고 가 부인한테 줘야 하지 않겠어요?"

10월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성악 콩쿠르를 개최한다. "해마다 학업을 마치는 수백명의 음악학도 중 1%나 자리를 잡을까요? 실력은 있되 기회를 못 잡는 이들을 골라내서 오페라단 정기공연에 세울 겁니다."

양 단장은 "오페라는 시, 노래, 춤,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욕심쟁이가 보면 딱 좋을 장르"라며 "1년에 수십 편씩 만들어져 망하는 것도, 발전하는 것도 있는 뮤지컬처럼 오페라도 국공립·민간 가리지 않고 작품을 골고루 만들어 경쾌하게 경쟁하고 쑥쑥 자라는 환경이 된다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청교도=23~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43-2351
20주년을 맞는 글로리아 오페라단 양수화 단장이 인사를 한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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