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하프·날랜 파이프 오르간을 만난다

입력 : 2011.06.15 23:32

내한 리사이틀 갖는 드 매스트르·코완 "악기의 고정관념 깰 것"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 낯설지는 않지만 막상 독주(獨奏)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두 악기가 6월 국내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켄 코완(37·캐나다)이 펼치는 콘서트 '댄싱 파이프(Dancing Pipes)'와 2011 디토 페스티벌의 하나로 23일 호암아트홀에 오르는 하피스트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38·프랑스)의 리사이틀이다. 이번 무대에서 각각의 악기에 들씌워진 고정관념을 깨뜨리려 한다는 게 두 연주자의 공통점이다.

손과 발을 춤추듯 현란하게 움직여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켄 코완. /세종문화회관 제공
손과 발을 춤추듯 현란하게 움직여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켄 코완. /세종문화회관 제공
파이프 오르간, 춤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른쪽 측면에 붙어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높이 11m, 폭 7m, 무게 45t에 이른다. '동양에서 두 번째'로 크다. 8098개의 파이프와 98가지 음색을 내는 스톱(stop), 6단에 이르는 손 건반, 범종 32개를 품고 있다. 현존 악기 중 덩치가 가장 큰 악기이기도 하다.

파이프 오르간계의 '젊은 거장(young virtuoso)'이라 불리는 켄 코완은 "파이프 오르간에 장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듣는 연주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건하고 무겁다는 파이프 오르간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귀에 익은 클래식 곡을 편곡해 들려준다. 오르간 독주로 바흐의 '칸타타'와 '푸가', 생상의 '죽음의 무도' 등을 연주하고, 비탈리의 '샤콘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협연한다. 2부에서는 파이프 오르간과 금관악기 실내악단 '코리아 브라스콰이어'가 만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을 들려준다.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는 지난해 빈 필하모닉과 이별했다. 하프를 독주 악기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힘 있고 명징한 연주를 들려준다. /크레디아 제공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는 지난해 빈 필하모닉과 이별했다. 하프를 독주 악기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힘 있고 명징한 연주를 들려준다. /크레디아 제공
하프, 그 이상의 하프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천사 같은 포즈로 연주한다'는 하프에 대한 통념을 깼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의 굳센 팔뚝으로 강하면서도 명징한 연주를 들려준다.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주법에 특히 강하다. 하프 연주자로는 드물게 소니 뮤직 전속 아티스트로서 3장의 앨범을 냈다. 데뷔 앨범 '별이 빛나는 밤(Nuit d'Etoiles)'으로 2009년 에코 클래식상 올해의 연주자로 뽑혔다. 스물넷 젊은 나이에 빈 필하모닉에 합류했고, 이듬해 하프 수석 연주자가 됐다. 2002년에는 빈 필 공연 역사상 하프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협연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연다. 어려서 하프를 배우기는 했으나 파리정치대학과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그에게 정치학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대학 졸업 후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에 들어갔다. 1998년 세계적인 하프 대회 중 하나인 USA 국제 하프 콩쿠르에서 1등과 특별상을 차지했다. 그해 프랑스 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하프 연주자들이 꿈꾸는 자리 중 하나인 빈 필하모닉에 합류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닌 하프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곡을 하프를 위한 곡으로 편곡해 연주해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파야의 '스페인 춤곡'과 타레가의 '알함브라의 궁전'을 비롯해 드뷔시의 '꿈'과 '낭만적 왈츠' 등을 들려준다. "숨 막힐 정도로 정확하다"는 평을 듣는 스메타나의 '몰다우'는 이번 연주회의 백미(白眉)다.

▶켄 코완=18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6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23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751-9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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