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임방울 '적벽가'로 제자들과 한 무대 서다

입력 : 2011.06.14 23:37

정철호 명창, 17일 판소리 눈대목 공연

정철호 명창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묘사할 수 있는 경지…. 판소리에서 말하는 득음(得音)이다. 득음의 경지에 오른 소리꾼은 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완창(完唱)을 하고, 완창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명창은 판소리 '눈대목'을 골라 부른다. '조조 군사 설움 타령'처럼 판소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거나 재미있는 장면이 바로 눈대목이다.

국창(國唱) 임방울 선생(1905~1961)의 제자이며 2008년 조선일보 방일영국악상 수상자인 정철호(鄭哲鎬·84) 명창이 임방울제 판소리 '적벽가'를 부른다. 17일까지 매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하 5대 남창 판소리 눈대목―득음'에서다. 13~14일 박초월제 '수궁가'와 박봉술제 '흥보가'를 차례로 부른 조통달 명창과 송순섭 명창에 이어 15일 최영길 명창이 김세종제 '춘향가'를, 16일 김일구 명창이 강산제 '심청가'를 부른다. 정철호 명창은 마지막 날인 17일 '적벽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1964년 임방울제 '적벽가'를 처음으로 완창·녹음한 정철호 명창은 창극 작창(作唱) 및 작곡, 판소리와 민요 작곡 등 창작 활동과 아쟁 산조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전(全)방위 국악인'이다. 1996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고법(鼓法·북반주) 예능 보유자가 됐다. 지난달 취입한 임방울제 '수궁가' 완창 음반이 올여름 CD 3장 분량으로 나올 예정이다.

명고수(名鼓手)로도 이름난 정철호 명창은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 고(故) 정치조씨에게서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배웠다. 아홉 살에 어머니를, 열세 살에 아버지를 잇달아 여읜 그는 해남 고모 댁에서 나무하고 불을 지피며 집안일을 돕다가 '임방울극단이 목포에 내려왔다'는 소식에 한길에 달려가 임방울 선생 앞에 절했다. "목청을 시험해보자"는 스승의 말에 '쑥대머리'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가 끝났을 때 스승은 환히 웃고 있었다. 사제(師弟)의 만남은 임방울 선생이 타계한 1961년까지 15년간 이어졌다.

현재 임방울 선생의 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서 활동 중인 정 명창은 이번 무대에서 임방울 선생의 특기였던 '적벽가' 눈대목을 자신의 제자인 박정아와 함께 올린다. 고령(高齡)인 정 명창은 핵심 대목만 맡고, 긴 대목은 제자가 부른다. 고수도 자신의 제자인 조용수와 박정철이 맡는다. (02)3011-2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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