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부풀리기에 직접 산것도(삼성 관계자)", "부풀린적 없다(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입력 : 2011.06.10 01:14

531억원 미술품 소송 공방
홍송원씨가 비싸게 팔았다면 - 비자금 만들려 리움과 짰거나 사이 나빠져 값 부풀렸거나
삼성측 주장은 - 당시 특검관련 재판 중인데 어떤 바보가 비자금 만들겠나
홍송원씨측 주장은 - 약간의 이윤만 붙이고 팔아… 수입면장보면 알수있어

홍송원(58·서미갤러리 대표)씨가 지난 7일 홍라희(61)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에게 물품대금 지급 청구소송을 낸 후, 삼성 측에서는 '소장(訴狀)을 받지 않아 언급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그러자 9일 한 신문이 '홍씨와 삼성 측이 미술품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삼성 측에서 반응이 나왔다. "오히려 홍송원씨가 가격을 부풀려 미술품을 팔려고 했고, 리움은 외국 화랑과 직접 거래를 통해 70% 가격에 작품을 직접 사왔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홍씨가 낸 소장에 첨부된 작품 목록(14점)에 들어 있다. 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홍송원씨가 비싸게 팔았을 경우

9일 경향신문은 홍씨가 홍라희 관장에게 팔았다고 주장하는 빌럼 데 쿠닝(1997년 사망)의 작품가격이 313억원인데, 이 작품의 2000년 경매가격은 138만750달러(이하 수수료 포함·당시 약 15억4000만원)로, 무려 20여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어 "홍송원씨가 미술품 판매가격을 장부에 부풀려 적은 뒤 차액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삼성가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은 데 쿠닝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제 Ⅵ'(1975·가로 177.8㎝×세로 203.2㎝).

미술 관계자들은 "데 쿠닝의 같은 작품이 10배라면 몰라도 20여배가 올랐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송에 걸린 '무제 VI'이 원래 여러 점 존재해 2000년 경매에 나온 작품이 리움에 납품된 작품과 동일작품인지 판정할 수 없다는 점. 2006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된 이 작가의 1975년 작 '무제 XVI'은 1569만6000달러(약 146억원)였다. 논란 중인 작품과 가로, 세로가 바뀌었을 뿐 전체 크기는 같다. 당시는 경기활황기로 홍씨가 작품을 팔았다는 2009~2010년 시점의 가격은 더 낮아야 한다.

판매가 216억6000만원으로 기록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1956년 작) 역시 "실거래가보다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평이다. 이 작품은 2006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추정가 800만~1200만달러(약 74억~111억원)로 나왔다가 유찰됐다. 유찰된 작품의 가격은 이후 크게 떨어진다. 상당수 화랑 전문가들은 "미술시장 구조와 그림값을 잘 아는 홍라희 관장이 유찰된 작품을 몇배 비싸게 산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그래서 서미 측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미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 경우 미술계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꼽는다. ▶리움과 홍씨 측이 공모해 그림값을 부풀려 비자금을 형성했거나 리베이트를 주고받았을 가능성 ▶최근 수년간 자금난을 겪던 홍씨가 "돈이 급하니 3분의 1 가격만 달라"고 해서 리움에 납품한 뒤, 시간이 흐르며 관계가 악화되자 가격을 부풀려 청구했을 가능성 ▶홍씨가 경매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딜러 A씨를 통해 처음부터 작품을 비싸게 샀을 가능성 등이다.

2000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38만750달러(당시 15억4000만원)에 판매된 빌럼 데 쿠닝의 1975년작‘무제 VI’. 홍송원 대표가 대금지급을 청구한 작품과 제목·제작연도·크기가 같다.
2000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38만750달러(당시 15억4000만원)에 판매된 빌럼 데 쿠닝의 1975년작‘무제 VI’. 홍송원 대표가 대금지급을 청구한 작품과 제목·제작연도·크기가 같다.
삼성 측 "리움이 직접 샀다더라"

9일 삼성 관계자는 "홍송원씨 측은 리움이 2009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그림을 매입했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삼성특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어떤 바보가 그런 상황에서 당시 논란이 됐던 홍송원씨에게 비싸게 그림을 사서 비자금을 조성하겠느냐"며 관련설을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는 또 "홍송원씨가 리움 측에 작품을 비싸게 팔려고 했다"며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황소머리'를 지목했다. 그는 "홍송원씨가 리움 측에 550만달러(당시 환율로 64억5000만원)라 적힌 작품 수입면장을 보여주며 '황소머리'를 권했다더라. 그후 리움 측에서 (가격이 비싸) 실소유자인 영국의 G갤러리에 확인해보니 340만달러여서 결국 리움이 340만달러(40억원)에 직접 구입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씨가 낸 소장에는 '황소머리 64억5000만원'이라 적혀 있다.

삼성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송원씨 측은 팔지도 않은 작품에 대해 '팔았다,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논란을 꺼리는 삼성 측에서 합의금을 주고 덮으려 할 것을 계산하고 베팅하는 심정으로 소송을 냈을 것"이라 추측했다.

홍씨 측, "원가에 조금만 붙였다"

홍송원씨 측 변호사는 "리움과 거래한 그림 14점의 가격(781억8000만원)과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입증할 수 있다"며 "313억원짜리 데 쿠닝 그림은 경매 낙찰가에 운송비 등과 약간의 이익만 더해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입면장'을 보면 정확한 수입가격이 나온다.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베이트, 비자금설은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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