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5.12 11:13
어두컴컴한 공연장,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한창 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인공이 과연 죽을까 살까 궁금해 몰입하는 순간 옆에서 빛이 번쩍 거린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살짝 김이 빠진다.
사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문자를 확인하고 답문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아니,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은 것만 해도 기본 '양심'은 있다고 봐야한다. 소리 모드로 해놓아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경우도 이따금 있으니 말이다.
공연장이 대극장이냐, 소극장이냐에 따라 파급력에서 차이가 난다. 극장 사이즈에 상관없이 주위에 괴로움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대극장에서 신나는 뮤지컬을 볼 때 터지면 그나마 조금 낫다.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으면 무대에서 나오는 볼륨에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극장에서 심도깊은 연극을 할 때 터지는 휴대폰 소리는 가히 쓰나미급이다. 특히 최근엔 컬러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신나는 댄스음악이 갑자기 터져나올 때가 있다. 조용하던 극장 안이 갑자기 쑥대밭으로 변한다. 무대 위의 배우들도 난감하고 다른 관객들도 난감하고 본인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급 당황할 수 밖에 없다.
휴대폰이 어디있는지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허겁지겁 바지 양쪽과 벗어놓은 웃옷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신나는 노래는 계속된다. 몇몇 다른 관객들이 작은 소리로 "뭐야~" 하며 짜증을 낼 때쯤 마침내 가방 속에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지만 어떻게 해야 소리가 멈추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단추를 눌러봐도 음악은 계속 되고, 결국 전화를 받아 "이따 할게"라고 속삭이고는 폴더를 닫는다. 이미 노래 한 곡이 완료된 상황이다. 배우들은 호흡을 잃고, 관객들도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이기가 쉽지 않다. 이래저래 안타까운 시추에이션이다.
아무리 공연 전에 휴대폰을 꺼달라고 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관객도 사람인만큼 깜박 할 때도 있고, 진동 모드로 해놓으면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어서다. 어떤 사람은 "꼭 받아야할 전화가 있어서…" 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바쁘면 공연을 보지 말아야지 왜 굳이 앉아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사에서도 고심 끝에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공연장 앞에서 휴대폰을 수거해 끝나고 나면 돌려주는 방안, 극장 안의 전파를 차단해 통화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실현된 것은 없다. 첫 안은 관객들이 "우리가 초등학생이냐"며 반발할 것이 뻔하고, 두번째 안은 기본권에 저촉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안내요원들의 입만 바빠졌다. 관객 한 명 한 명 한테 휴대폰을 꺼달라고 신신당부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휴대폰에 관한 한 솔로몬의 묘안은 현재까지는 없다. 관객 각자가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사안이라서다. 문명의 이기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을 막는 길은 굉장히 쉬우면서도 참 어렵다. 엔터테인먼트팀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