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스파이더맨' 다시 날까

입력 : 2011.05.04 23:24

700억원 들인 美뮤지컬 '굴욕'
배우 5명 추락 후 프리뷰만… 내달 본공연 여부도 장담못해

뮤지컬 '스파이더맨(Spider-Man)'이 재기할 수 있을까.

미국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인 6500만달러(약 700억원)를 들여 9년을 공들인 이 뮤지컬은 지난해 11월 말, 브로드웨이 폭스우드 극장에서 성대하게 프리뷰(preview)를 오픈했다. 프리뷰란 본 공연에 들어가기 전 한 달가량 무대장치와 안전 등을 점검하는 기간이지만 스파이더맨은 지난달까지도 계속 프리뷰만 했다. 그러다 4월 17일엔 프리뷰마저 막을 내리고 3주 동안의 재정비 기간에 들어갔다. 다시 무대를 여는 건 오는 12일. 본 공연은 시작도 못 한 채 기나긴 프리뷰로 연명하는 신세다. 이 공연을 지휘했던 '라이온킹'의 연출가 줄리 테이머마저 지난 3월 경질됐다.

'수퍼히어로의 굴욕'이다. '스파이더맨'은 히트 만화와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이다. 토니상 수상자인 줄리 테이머 연출에 U2의 보노와 디엣지가 음악을 맡는 등 시작은 창대했다. 하지만 공중 비행을 하는 스파이더맨의 판타지를 실제 무대에서 구현하겠다는 콘셉트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다. 리허설 때부터 무대장치가 불안정했고 배우 5명이 추락 등으로 중상을 입었다. 미국 직업안전위생국은 이 뮤지컬에 벌금 1만2600달러를 부과했다.

연출가 윤호진은 "영화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던 방향 설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뉴욕에서 프리뷰 공연을 본 그는 "스파이더맨이 2층 발코니 쪽으로 몇 번 날아오는데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혹시 객석에 떨어질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이수진은 "오랜 프리뷰로 비평에 저항하며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뮤지컬"이라고 했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여인이 나오는 장면을 들어내는 등 3주 동안 보완을 한다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인터넷에는 "한참 더 다듬어야 할 쇼의 입장료로 최고 275달러를 챙기고 있다" 같은 불만이 가득하다. 현재까지 리뷰를 싣지 않은 뉴욕타임스는 이 뮤지컬의 3주 중단을 두고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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