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문화가 산책] 연 50회 무료 공연 '클래식 전도사'

입력 : 2011.04.17 22:28

'시민과 함께 7년' 민간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
학교·부대 찾아가 연주… 무료로 연주법도 지도
30~40대 10명 활동, 퀴즈·마술도 보여줘

"경기도 양평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을 소개받아 공연 간 적이 있어요. 모두들 가면서 솔직히 '뭘 알아듣기는 할까'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노래도 잘 따라 부르고, 박수도 잘 쳐주고, 같이 신나게 사진도 찍고…. 정말 감동해서 울 뻔했어요."

김용호(34·바이올린) 'i-신포니에타' 악장의 말을 서진아(32) 단무장이 맞받았다.

"시립박물관 연주회 때 깜짝 결혼식도 좋았잖아요. 세탁소를 하며 20년 동안 결혼식 못 올리고 산 부부를 우리가 준비해서 연주회 중간에 결혼식을 올려줬어요. 연주하고, 선물도 주고…. 어리둥절해 하던 관객들이 내용을 알고는 진심으로 축하해줬죠. 그 뒤에 필리핀과 베트남 이주여성의 결혼식을 같은 방식으로 해주기도 했고요. 해마다 한 번씩 하고 있어요."

관객들이 원하면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주한다는‘i-신포니에타’단원들. /김용국 기자
관객들이 원하면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연주한다는‘i-신포니에타’단원들. /김용국 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민간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가 이달로 창단 7주년을 맞았다. 인천의 영문 첫 글자 'i'와 실내악단을 말하는 '신포니에타'를 합친 이름이다. 단원은 모두 10명.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피아노 등 5개 분야를 전공한 실력파들이다. 이들은 한 해 1~2번씩 정기 연주회를 열어 스스로 기량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비중을 두는 것이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찾아가는 공연'이다.

창단 이후 한 해 50여회씩 열고 있는 이 '찾아가는 공연'은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음악, 드라마 주제곡 등을 많이 섞어 연주한다. 또 중간에 마술 공연이나 음악 퀴즈, 관객과 함께 연주하는 시간 등을 넣어 연주회에 대한 친근감을 키우고, '클래식 기피증'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굳이 훌륭한 무대 시설과 많은 관객을 고집하지 않고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찾아가는, 단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실내악단'이다.

1년에 10번 정도는 군부대 위문 공연을 하고, 또 10번 정도는 학교에 초청받아 간다.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어렵게 경비를 마련해 연주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력과 뜻을 인정받아 문화재청이나 시 등이 주관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거나, 초청기관이 비용을 부담하는 공연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후원회도 갖춰 정기연주회가 아니면 모두 무료로 열어 관객들의 부담을 없애준다.

"예나 지금이나 인천의 악단은 '모여라 오케스트라'가 대부분이에요. 많은 단원들이 지역 연고도 없고, 서로 흩어져 활동하다가 연주회가 잡히면 모여 2~3번 연습하고 공연을 하죠. 이런 게 싫어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i-신포니에타'를 만들었어요."

조화현(42) 단장은 "아직도 인천사람이 인천을 무시해서 공연도 서울팀이 와야만 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한다"며 "우리 공연에 한 번만 와봐도 그런 생각이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단원들은 음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배우는 학생들을 뽑아 무료로 지도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20여명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조 단장은 "단원들이 맘껏 연습하고 공연도 할 수 있는 'i-신포니에타' 홀 하나 갖는 것과 우리가 지금 지도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예쁜 합주단을 하나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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