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목소리, 유럽을 흔들다

입력 : 2011.04.15 03:12

프랑스 이어 독일에서 '최고 해외 여성 재즈가수상' 받은 나윤선
바비 맥퍼린 '남성 최고상' 허비 행콕은 '특별상'

세계를 돌며 '재즈 한류'를 전파하고 있는 가수 나윤선(42)이 유럽에서 잇따라 한 해를 빛낸 최고의 재즈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의 권위 있는 재즈 시상식 '에코 재즈(Echo Jazz)'는 14일 "올해 최고의 해외 가수상 여성 부문 수상자로 나윤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분야의 남성 수상자는 아카펠라곡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바비 맥퍼린(Mcfferin)이다. 허비 행콕(Hancock), 팻 매스니(Metheny) 같은 세계 재즈사를 바꾼 거장들도 각각 특별상과 올해의 해외 연주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6월 드레스덴에서 열린다.

ECM, 액트(ACT) 같은 세계적 재즈 음반사들이 자리 잡은 독일은 본고장 미국에 버금가는 재즈 강국으로 통한다. 나윤선은 지난 1월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재즈 시상식인 '아카데미 오브 재즈(L'Academie du Jazz)'에서 최고 가수상을 받았다.

나윤선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얼떨떨하면서도 짜릿하다"며 "그 많은 유명 재즈 스타를 제치고 나를 선택한 건 기존의 서양 가수들과는 다른 독특한 음색과 창법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작년 6월부터 유럽 20여개국에서 콘서트를 이어가며 5만여명의 관객을 만났다"며 "자국(自國)의 숱한 재즈 가수들이 있는데도 나를 환대해주는 유럽 각국의 팬들을 보며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중반 발매된 음반 '세임 걸(Same Girl)'은 청아하면서도 파격적인 노래로 극찬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발매돼 최대 부수의 일간지인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가 '이 주의 음반'으로 선정했다.

나윤선은 "음악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음악인에 대한 존경이 일상화한 유럽에서 노래하는 게 무척 즐겁지만 재즈가 태어난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크다"며 "요즘 미국 쪽에서 공연 제의가 많이 들어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재즈 덕분에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열린 눈과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며 "낯선 나라의 무대에 서면 마치 사막에 혼자 던져진 느낌이지만 관객과 연주자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공연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느낀다"면서 "그게 내가 노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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