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학원이사장 김명선씨, 3억원 들여 16일 문열어
광주 동구 학동에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옛 목화예식장 옆건물 지하에 오는 16일 문을 여는 음악감상실 '다락'이다. 190여㎡(65평) 공간에 80석의 안락한 좌석이 갖춰졌다. 실내는 편백나무로 마감돼 숲 향기가 가득하다. 키가 큰 스피커(매킨토시XRT26)는 경사져 올라간 뒷좌석까지 곧바로 소리를 전달한다. 대형 스크린은 실제 공연보다 더 생생한 무대를 청중들의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 초·중·고 학원생들의 '성공학' 강의실로 사용됐던 공간 내부를 보완하고 스크린과 음향장비를 갖추는 데 3억원이 들었다고 했다. 객석 가운데 줄 좌석은 안락한 소파로, 좌·우측 객석은 학생 청중을 위해 2인용 의자 가운데에 책가방을 넣는 공간까지 만든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블루레이 디스크와 DVD 700여장 등 다채로운 음악을 갖췄다.
이 공간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시민 누구나 들어와 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된다는 점이다. 이곳을 시민을 위한 무료 음악감상실로 꾸민 김명선 전(前) '킴스스쿨' 이사장은 "문화도시 광주에 시민과 학생들이 음악을 들으며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공간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그의 유별난 음악사랑이다. 좋아하는 연주회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해외원정'도 마다하지 않는 그다.
"고교 교사 시절, 학력고사를 치른 학생들을 시내 음악감상실로 데려가 음악을 들려줬지요. 세월이 흐른 뒤 제자들은 한결같이 그때 음악을 가르쳐준 걸 잊지 못했어요. 음악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펼칠 큰 꿈을 잉태하고 영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학원 강사와 운영자로 성공한 그의 '사회 환원' 의지다.
"교사직을 떠나 학원에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 덕분입니다. 이제는 그동안 받은 것들 중 일부라도 돌려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무료 음악감상실 운영을 위해서는 한달에 300만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 그는 "지속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1층에 커피숍을 열어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과 건물 임대료 등으로 이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선의에 발맞춰, 행정기관도 거들고 나섰다. 광주시는 이곳에 자원봉사자 2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 탐방코스에 이곳을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매주 음악편성계획을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 음반저작권 소유자도 무료 운영이기에 상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같은 대규모 시설뿐 아니라, 이런 작은 공간들이 어우러질 때 '문화도시 광주'는 풍성해질 수 있다.
이곳은 매일 6시간짜리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다. 단체 등 청중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해설을 곁들인 음악회도 가능하다. 문의 ☎(062)2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