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문화가산책] 젊은 예술가들 울리는 예술행사

입력 : 2011.04.11 01:53
박소영 미술평론·전시기획자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청년들의 현실은 막막하고 처지는 고달프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잡는 가난한 신진작가들은 이들을 기만하고 잇속을 챙기는 단체나 개인의 농간 때문에 더욱 좌절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 조형물 설치에서도 비일비재한데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9~11월에 걸쳐 펼쳐진 '마당발 예술동거 프로젝트'는 지난 몇 년 동안 '도심 살리기' 사업에 총력을 기울인 어느 구청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서, 미술, 음악, 연극, 영상, 무용을 모은 예술행사였다. 장르별로 한 팀을 만들어 도심 한 구역의 골목과 거리에서 퍼포먼스, 독립영화관 설치, 미술작품 전시, 대민봉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삶 속에 스며든 예술, 예술과 일상의 경계 허물기, 주민과 소통하는 예술을 통해 진정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사업취지는 젊은 예술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제는 이 행사를 감독한 사람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태도였다. 그는 의욕만 앞서 구청에서 지원받은 예산(2000만원)으로 방대한 프로그램과 참여 팀을 급조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럴싸해 보이는 프로그램은 실속이 있기보다는 번장(煩長)할 뿐이었고, 진행과정에서 모든 것을 체크하고 보완·수정하는 감독자의 책임감과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술가들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내용과 인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각 팀에 현금 120만원이 지원되었다. 원래 측정된 팀별 예산은 150만원이었으나 나머지 30만원은 전시비용에 충당한다며 미대학생들이 충동적으로 벌이는 게릴라전시를 방불케 하는 전시를 동네 여기저기서 열었다. 그나마 그가 신경을 쓴 도록, 즉 구청에 제출할 증빙자료조차 무성의하게 만들어졌다. 각 팀의 결과물을 기록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행사를 보러 오지도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했던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예술행사에서 주체가 아닌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사실에 상처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이 감독이 담당했던 여러 예술이벤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구청 산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지원센터'는 늘 '인문사회연구소'에 행사를 주관하게 하고, 이 연구소는 같은 사람을 감독으로 지목하고 있다. 형식에 치중한 의례적·양적인 예술행사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뿐이다. 전혀 홍보도 되지 않은 이런 행사가 과연 사람들의 발길을 모아 도시공동(空洞)화를 막는 일에 일말의 기여를 할 수 있었을까? '짧지만 여운이 남는' 행사라고 자평한 주최·주관측의 말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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