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오셨다' 극작가 고연옥… "난 강력범죄에서 영감 얻는다"
"더 무서운 세상 되는 걸 막으려면 사회적 모순 덮지말고 들춰내 풀어야"
여성 극작가 고연옥(40)은 살인 등 강력범죄에서 글감을 찾는다. 그가 지난달 연극 '내가 까마귀였을 때'(연출 임영웅)에 이어 이달에 '주인이 오셨다'(연출 김광보)로 거푸 신작을 내놓는다. '주인이 오셨다'에서 또 사람을 죽인 이 작가가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나눴다는 대화 한 토막.
"(한심하다는 투로) 엄마, 사람 좀 그만 죽여."(딸)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단다."(고연옥)
"죽이면 아름다워져?"(딸)
6일 광화문에서 만난 고연옥은 "범죄 사건, 특히 살인은 사회문제와 닿아 있는 경우가 많아 내 무의식을 자극한다"면서 "반복되는 사건일수록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에서 주로 소재를 찾는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되는 걸 막으려면 사회적인 모순을 덮어두지 말고 들춰야 합니다. 그런 연극으로 해원(解寃)하고 싶습니다."
'주인이 오셨다'는 식당 주인이 포주를 피해 들어온 흑인 여자 순이(문경희)를 구해주고 아들과 결혼시켜 영원히 소유하려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순이와 아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루(이기돈)는 연쇄살인범이 된다. 고연옥은 "배우들이 어디 의지할 데 없이 존재와 존재가 충돌하는 연극이라 힘들어한다. 어제도 연출가가 전화해 '이런 건 그만 쓰라'고 했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 극작가의 10년 전 데뷔작도 감옥에 갇힌 4명의 남자 수감자를 들여다보는 '인류 최초의 키스'였다. 하도 범죄와 남자를 다뤄 "남자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고연옥은 "단순하고 귀엽고 연민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남자가 더 극적"이라면서도 "모성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했다.
"저는 불행한 작가예요. 10년 넘게 희곡을 썼는데 데뷔작이 대표작이니. 다행인지 애를 먹인 자식 같은 '내가 까마귀였을 때'가 좋은 평을 받아 격려가 됐습니다."
그는 "강력사건에서 이야기를 찾지만 사건을 만나는 게 두렵다"고 고백했다. 심리적인 충격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이건 써야겠다' '아니다'가 정해진다. "다른 극작가들에 비해 대사나 인물 구축보다는 주제의식에 집중한다"는 고연옥은 "올해는 인생의 그늘과 화해하면서 완전히 다른 글감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인이 오셨다'는 21일부터 백성희장민호 극장. (02)3279-2233 '내가 까마귀였을 때'는 5월 8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