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자극하라!' 뮤지컬계에 '추억 마케팅' 바람

입력 : 2011.04.06 10:58
◇뮤지컬계에 '추억 마케팅'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광화문 연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주)광화문연가
◇뮤지컬계에 '추억 마케팅'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광화문 연가'의 한 장면. 사진제공=(주)광화문연가
'향수를 자극하라! 그러면 관객이 올 것이다?'

뮤지컬계에 때아닌 '추억 마케팅'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광화문 연가'와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5일 개막한 '젊음의 행진'이 이 기법을 활용해 솔솔한 재미를 보고 있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80~90년대 히트했던 대중가요가 주 재료다. '광화문 연가'에는 고 이영훈 작곡가가 만들고 이문세가 불렀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30여곡의 히트곡이 흐른다. '젊음의 행진'에서는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 신해철의 '그대에게' 등을 들을 수 있다. '광화문 연가'는 오로지 이문세의 노래만으로 이루어져있는 반면, '젊음의 행진'은 여러 가수들의 노래가 다양하게 섞여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개막에 앞서 이미 4만 여장을 팔고 시작한 '광화문 연가'는 10일 폐막일까지 티켓이 거의 다 팔렸다. 관객이 몰리자 제작사측은 지난 주부터 예정에 없던 목요일 낮공연까지 긴급편성했지만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젊음의 행진'도 개막 첫날 70%의 유료판매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파란불을 켰다.

관객의 향수를 자극해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마케팅'은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법이다. 그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뮤지컬계에선 주로 연말연시에 활용했던 '추억 마케팅'이 봄바람을 타고 등장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최근 다소 침체 기미를 보이던 뮤지컬 시장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젊음의 행진'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젊음의 행진' 사진제공=PMC프러덕션
특히 '광화문 연가'의 흥행 성공은 뮤지컬계에선 '이변'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어느 정도 흥행은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박'을 터뜨릴 지는 누구도 쉽게 짐작하지 못했다. 창작뮤지컬이, 그것도 대극장 뮤지컬이 초연에서 수익을 남긴 사례는 지난 2008년의 '미녀는 괴로워' 정도이다. 일대 '사건'인 셈이다.

사실 '광화문 연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상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않았고 빈약한 무대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관객들은 움직였고, 뜨겁게 반응했다. 왜일까.

바다뮤지컬컴퍼니 오은성 대표는 "이문세 노래가 갖고 있는 힘, 윤도현 김무열 송창의 등 탄탄한 캐스팅과 70년대 그룹 쎄시봉이 화제를 모으며 형성된 사회 분위기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며 "무대와 객석 사이에 정서의 전달이 이뤄지며 관객들의 가슴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평론가들이 중시하는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예술의 본질인 무대와 객석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그것이 뮤지컬 마니아 뿐아니라 평소 관심없던 사람들까지 극장에 끌여들였다. 최근 선보인 몇 편의 뮤지컬들이 예술성과 미학을 표방했지만 완성도가 떨어져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도 '추억 마케팅'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많다.

오 대표는 "쉽게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추억 마케팅'은 제작자에게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결국 좀더 높은 완성도를 이뤄내면서 정서의 전달을 추구하는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영원한 정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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