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서 2000년 전 예수를 바라보다

입력 : 2011.03.17 00:06

이건용 한예종 교수, 합창 수난곡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공연

음악이있는마을 제공
작곡가 이건용(64·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목사의 아들이다. 7남매 중 넷째다. 그의 첫째와 둘째 형은 어려서부터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다. 아버지는 1956년 연세대 교목(校牧)이 돼 사택에 입주하면서 그전에 살던 집을 팔아 둘째형에게 피아노를 사줬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다. 이런 가풍(家風)에서 자란 이 교수에게 음악과 신앙은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단장 이강숙)은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건용 교수가 작곡한 합창 수난곡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부른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네 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의 마지막 7일을 망라한 작품이다. 예루살렘 입성, 최후의 만찬,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무덤에 묻히는 장면까지 수난의 주요 열네 장면을 우리말 합창과 건반, 타악기가 버무려진 스물다섯 개의 곡으로 나눠 묘사한다. 2007년 9월 초연됐다.

"2006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가 '오르간과 성가대를 고루 활용할 수 있는 곡을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순간 20여년 전 구상해 뒀던 '수난의 열네 장면'이란 곡이 떠올랐지요. 당장 작업에 들어가 꼬박 1년을 작곡에 바쳤습니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다룬 수난곡은 바로크 시기에 바흐와 하인리히 쉬츠가 즐겨 작곡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마태수난곡'은 2000년 전의 기도와 18세기의 신앙고백이 중층으로 얽혀 있는 구조"라며 "나는 여기에 21세기의 정신을 가미해 3개 시점이 어린 작품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수난곡은 4개 복음서에서 고르게 구절들을 골라 썼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장면은 요한복음에만, 예수님의 십자가 양옆 십자가에 매달린 두 강도 중 하나가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간청하는 얘기는 누가복음에만 나와요. 복음마다 조금씩 빠지거나 더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지요."

'발을 씻기심'(테너 독창곡)에는 국악가락도 등장한다.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주셨다'란 대목을 빠르면서도 리듬감 있게 표현하려고 보니 판소리 사설투만큼 알맞은 표현이 없더라"는 얘기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군중이 선동하는 장면은 차임과 팀파니, 큰북 등 타악기를 다양하게 집어넣어 급박한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 교수는 "예수의 삶과 고난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다. 2000년 전의 얘기지만 오늘날의 얘기처럼 청중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건용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www.um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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