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기량 돋보여… 미래의 '오페라 메카' 기대

입력 : 2011.03.17 00:12

[리뷰] 본사 주최 제74회 신인 음악회

차세대 한국음악을 짊어지고 갈 음악도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74회 신인음악회를 보았다. 10~13일 37명 예비음악가들의 열정이 가득 담긴 수준 높은 향연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이미 유학을 다녀온 수준이라 할 만큼 탁월한 기량을 보여준 학생들이 많아 흐뭇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기술을 축적한 것이고 교수와 학생, 학부모의 열정이 빚은 합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성악 파트는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달라지고 있어 우리가 머지않아 세계 오페라의 메카가 될 것이란 예측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테너 박용명의 정갈한 음빛깔, 김건우의 맛이 우러난 가창력, 이명현의 미성(美聲), 당찬 문세훈 역시 기대주였다. 소프라노 강혜현의 윤기 있는 음색과 안정감, 박수지의 좋은 질감, 배지수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피아노에서도 한신애의 시적(詩的) 영감의 악상 처리, 박민영의 격조 있는 음악성, 최으뜸의 호방함 등 잠재력이 큰 주자들이 발견되었으며, 관악기군은 이민환의 파워풀한 트롬본, 정학균의 서정적 레가토, 캄캄한 어둠 속의 연주로 인상을 남긴 클라리넷 최성지, 플루트 조민이의 스케일 감각, 오보에 이유정의 바로크 해석력 등 남성주자에 못지않게 여성주자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작곡 분야는 조아라의 음향적 감각과 악기의 기능성 조화, 박현상의 '인류와 사랑의 부활'로 창작의 소재 확대, 박성준의 '밤과 노인'의 악기 간 긴밀성과 스토리 전개, 김민지의 '번쩍임'의 아이디어, 한국판 피아졸라를 생각한 것일까? 박희라의 '사계' 등 세련된 어법들이었지만 좀 더 한국 작곡가로서의 색깔을 드러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현악의 첼로 문웅휘의 원숙한 솜씨를, 배지혜의 단아하고 격조 있는 첼로로 젊은 세대들이 어느새 글로벌 수준에 와 있음을 보여줬다. 국악은 판소리 김소진, 거문고 황진아가 그날의 홍일점으로 출연해 호응이 뜨거웠다.

이제 부푼 꿈을 안고 먼 음악인생의 코스로 출발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42.195㎞ 마라톤은 거리가 정해져 있지만 '음악가 마라톤'은 방향과 완주가 본인에게 달렸다. 자칫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주저앉기 쉽다. 예술로 밥 먹고 산다는 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글로벌 환경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항상 자기에게 엄격한 예술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음악은 청중과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언제나 최선의 것을 준비해 무대에 서야 한다. 어떤 유혹이 있을 땐 존경받는 예술가의 목표를 가슴에 두어야 한다. 사회는 이들의 재능이 활짝 꽃필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꼭 유학이 아니어도 선진국에서처럼 콘서바토리를 늘려 전문 연주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학력 탈피 등 사회인식의 변화와 대학, 교육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