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10 10:59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학전은 대학로에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한창 공연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약속하고 김 대표를 만나기 전 살짝 긴장이 됐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김민기라는 이름은 너무나 큰 산이었기 때문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다보니 '아침이슬'을 만들고 부른 그 김민기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하지만 정작 김 대표를 보고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막연히 기대했던 카리스마도, 주변을 압도하는 언변도, 시대를 꿰뚫는 혜안 비슷한 것도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냥 어린아이 같았다. 순순한 동심을 간직한.
이것저것 '유도심문'을 해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냥 뮤지컬이 좋아서 하고 있고, 이 길이 내길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할 뿐"이라는 소박한 대사만 늘어놨다. 화려한 수사와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쫑파티'같은 술자리에서도 그는 수수함을 잃지 않았다. 비슷한 판타지를 품은 기자들이 슬쩍 '아침이슬'이나 '친구'같은 노래를 거론하며 그의 '화려한 왕년'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때도 "에이, 뭐, 옛날 일이라 기억도 안나고…, 부끄럽지…"라며 어물쩡 넘어가기 일쑤였다. 대신 고생하는 배우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고,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두 눈을 반짝였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학전 또한 그를 100% 닮았다. 뮤지컬이 막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94년 '지하철 1호선'을 시작했으니 뮤지컬 시장에 꽤 일찍 진입했음에도 '사업'을 키울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2000년 이후 뮤지컬이 일대 붐을 이루면서 다른 제작사들은 여기저기서 투자를 끌어오고,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뭘 들여오면 장사가 될까' 기민하게 움직이던 시절에도 그는 여전히 대학로 한켠에서 '지하철 1호선'에 주력하고 있었다. 언젠가 답답한 마음에 "투자를 받아 대형 작품도 하시고, 돈도 좀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벅차요"라며 "좋은 어린이 뮤지컬을 더 만들고 싶다"는 '엉뚱한' 소리만 했다.
비록 뮤지컬 시장을 움직이는 거물이 되지는 못했지만 얻은 것도 있다. '지하철 1호선'은 국내 공연사에서 전무후무한 4000회를 채웠고, 이 작품을 통해 조승우 황정민 설경구 등 수많은 배우들이 거쳐갔다. 2000회, 3000회 기념 공연때면 무수한 배우들이 제발로 찾아와 한 장면씩 연기했다. 인터뷰 때마다 '엄격했던 김민기 선생님'을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그 배우들이다.
김민기 대표의 학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오는 22일부터 대학로에서 기념공연을 시작한다. 역시 수많은 배우, 가수들이 차례로 나서 20년의 의미를 되새긴다. 학전에서만 볼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극단 학전과 김 대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늘푸른 소나무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인터뷰를 약속하고 김 대표를 만나기 전 살짝 긴장이 됐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김민기라는 이름은 너무나 큰 산이었기 때문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다보니 '아침이슬'을 만들고 부른 그 김민기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하지만 정작 김 대표를 보고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막연히 기대했던 카리스마도, 주변을 압도하는 언변도, 시대를 꿰뚫는 혜안 비슷한 것도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냥 어린아이 같았다. 순순한 동심을 간직한.
이것저것 '유도심문'을 해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냥 뮤지컬이 좋아서 하고 있고, 이 길이 내길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할 뿐"이라는 소박한 대사만 늘어놨다. 화려한 수사와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쫑파티'같은 술자리에서도 그는 수수함을 잃지 않았다. 비슷한 판타지를 품은 기자들이 슬쩍 '아침이슬'이나 '친구'같은 노래를 거론하며 그의 '화려한 왕년'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때도 "에이, 뭐, 옛날 일이라 기억도 안나고…, 부끄럽지…"라며 어물쩡 넘어가기 일쑤였다. 대신 고생하는 배우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고, 작품 이야기를 할 때는 두 눈을 반짝였다.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학전 또한 그를 100% 닮았다. 뮤지컬이 막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94년 '지하철 1호선'을 시작했으니 뮤지컬 시장에 꽤 일찍 진입했음에도 '사업'을 키울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다.
2000년 이후 뮤지컬이 일대 붐을 이루면서 다른 제작사들은 여기저기서 투자를 끌어오고,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뭘 들여오면 장사가 될까' 기민하게 움직이던 시절에도 그는 여전히 대학로 한켠에서 '지하철 1호선'에 주력하고 있었다. 언젠가 답답한 마음에 "투자를 받아 대형 작품도 하시고, 돈도 좀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벅차요"라며 "좋은 어린이 뮤지컬을 더 만들고 싶다"는 '엉뚱한' 소리만 했다.
비록 뮤지컬 시장을 움직이는 거물이 되지는 못했지만 얻은 것도 있다. '지하철 1호선'은 국내 공연사에서 전무후무한 4000회를 채웠고, 이 작품을 통해 조승우 황정민 설경구 등 수많은 배우들이 거쳐갔다. 2000회, 3000회 기념 공연때면 무수한 배우들이 제발로 찾아와 한 장면씩 연기했다. 인터뷰 때마다 '엄격했던 김민기 선생님'을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그 배우들이다.
김민기 대표의 학전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오는 22일부터 대학로에서 기념공연을 시작한다. 역시 수많은 배우, 가수들이 차례로 나서 20년의 의미를 되새긴다. 학전에서만 볼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극단 학전과 김 대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늘푸른 소나무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