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08 02:15
전 세계 도시에 얼굴 사진 도배하는 '게릴라 아티스트' JR
파리 빈민가 출신의 설치 예술가 "슬럼가에 사람 얼굴 입혀" 호평
'TED 프라이즈' 수상자로 선정… 누구나 웹에 얼굴 사진 올리면 '거대 포스터'로 세계 곳곳 장식
그의 실명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한때 파리 뒷골목의 거리 미술가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됐다. 세계인의 얼굴로 지구 곳곳을 도배한다. 파리, 팔레스타인, 브라질 판자촌. 언제 한국에서 그의 이니셜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의 작가명은 JR.
세계 미술계에 새로운 '기린아'가 탄생했다. 파리 빈민가 출신의 'JR'(28)이 지난 3일 공개강연으로 유명한 TED에 의해 올해 'TED 프라이즈' 수상자로 공식 발표됐다. TED는 2005년부터 매년 '세계를 바꿀 아이디어'를 가진 1명을 선정해 10만달러씩 지원해왔다. JR은 역대 최연소 수상 기록까지 세웠다.
JR의 이력은 2005년 10월 파리 폭동 때부터 시작된다. 아프리카계 10대들의 소요 진압에 나섰던 경찰은 빈민가 아파트 담벼락의 대형 사진 포스터를 보고 기겁했다. 한 청소년이 마치 총을 겨눈 것 같은 섬뜩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사진 속 청년이 거머쥔 것은 총이 아니라 캠코더였다. 이걸 만든 작가에 대한 단서는 포스터 우측 아래에 날려 쓴 'JR' 약자가 유일했다.
JR의 이력은 2005년 10월 파리 폭동 때부터 시작된다. 아프리카계 10대들의 소요 진압에 나섰던 경찰은 빈민가 아파트 담벼락의 대형 사진 포스터를 보고 기겁했다. 한 청소년이 마치 총을 겨눈 것 같은 섬뜩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사진 속 청년이 거머쥔 것은 총이 아니라 캠코더였다. 이걸 만든 작가에 대한 단서는 포스터 우측 아래에 날려 쓴 'JR' 약자가 유일했다.
파리 교외에서 태어난 JR은 인물 사진을 찍어 대형 포스터로 출력한 후 이 사진을 촬영 지역에 갖다 붙이는 '길거리 낙서 사진가'다. 그가 게릴라처럼 밤새 작업을 마치고 사라지면 주민들은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신기해했다.
그의 작업 무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가르는 콘크리트 장벽, 아프리카 빈민가의 지붕,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판자촌)…. 무허가로 작품을 설치하다 경찰에 불려가거나 벌금을 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작품에 점차 주류 예술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파리 경찰을 놀라게 한 지 6년. 르몽드·뉴욕타임스 같은 유력지들이 그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르몽드는 "슬럼가에 사람의 얼굴을 입혔다"고 평했다. 2009년 파리 제4구 당국은 센강의 생루이섬을 그의 작업장으로 허락했다.
그의 작업 무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가르는 콘크리트 장벽, 아프리카 빈민가의 지붕,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판자촌)…. 무허가로 작품을 설치하다 경찰에 불려가거나 벌금을 문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작품에 점차 주류 예술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파리 경찰을 놀라게 한 지 6년. 르몽드·뉴욕타임스 같은 유력지들이 그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르몽드는 "슬럼가에 사람의 얼굴을 입혔다"고 평했다. 2009년 파리 제4구 당국은 센강의 생루이섬을 그의 작업장으로 허락했다.
'TED 프라이즈' 수상을 계기로 그의 예술혼은 날개를 달게 됐다.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후원하는 TED의 공식 사업자가 되면서 세계 전역을 무대로 삼게 됐다. 프로젝트명은 '안팎 뒤집기(Inside Out)'. 세계 어디서든 자기 사연을 보여주는 강렬한 표정을 담은 흑백사진 파일을 웹사이트(insideoutproject.net)에 올리면 프로젝트팀이 심사를 거쳐 거대한 포스터로 만들어 현지로 발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포스터를 받아 자기 지역의 공개 장소에 설치하면 된다. 7일 현재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파일은 모두 1269개. 포스터로 우편 발송된 것도 150개에 이른다. JR의 프로젝트는 지역과 세계, 창작자와 관객의 경계를 허문다. 메시지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생·협력이라는 보편적 스토리를 지향한다. 그의 시도는 설치 예술가 강익중(50)을 연상시킨다. 강씨는 국내외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을 모아 붙인 '희망의 벽' 작업을 하고 있다.
기업 후원도 사절하고 작품 판매로 비용을 대는 JR은 익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보다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기업 후원도 사절하고 작품 판매로 비용을 대는 JR은 익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보다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