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어느 요일에 봐야 하나] 토요일 낮 공연☞ 배우들 힘 떨어져… 화요일 밤 공연☞ 배우들 감 떨어져

입력 : 2011.02.20 23:36

土 낮 공연, 저녁 대비해 체력 아껴
火 밤 공연, 月 쉬어서 물 안올라… "土는 밤, 평일은 木金이 좋아"

3월 1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동주앙'은 화요일에 쉬고, 월요일에 공연한다. 23일부터 산울림소극장을 채우는 연극 '유리알 눈'은 월요일에 공연하고 일요일에 쉰다. 27일 LG아트센터에서 폐막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지난달부터 일요일 저녁 공연을 없애고 수요일 낮 공연을 오픈했다. '평일 저녁 공연 1회, 주말 2회, 월요일 쉼'이라는 공연 시간표는 찢어졌다. 주5일제 등으로 관람 패턴이 달라진 것이다.

롱런 중인 연극 '라이어'와 '빌리 엘리어트'의 1월 요일별 통계를 보면 관객은 토요일·일요일·금요일 순으로 많았다.〈그래픽 참조〉 매일 관객을 만나는 '라이어'와 달리 대부분의 공연은 한 주를 시작하는 화요일에 손님이 저조했다. 공연계의 '시간 파괴'는 이런 수치와 얽혀 있다.

■시간 실험은 계속된다

'동주앙'은 수·토·일요일 오후 3시, 월·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관객을 만난다. 명동예술극장은 "지난 12월에 출연진의 사정 때문에 '돈키호테'를 월요일에 공연했는데 뜻밖에 극장이 북적였다"면서 "전통적으로 손님이 적은 화요일에 쉬는 대신 월요일 공연으로 실제 시장성을 점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월요 연극이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라면 '유리알 눈'은 일요 공연을 폐지하는 강수(强手)를 뒀다. 주5일제로 일요일 저녁 공연은 사라지는 추세지만 낮 공연까지 없앤 건 파격이다. 극단 관계자는 "어차피 마니아를 겨냥한 연극이라 월요일에 여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경우 20% 할인해주면서 수요일 낮에 공연하는 게 일요일 저녁 공연을 강행하는 것보다 수익이 높았다. 뮤지컬 '아이다'의 경우도 지난달 일요일 저녁 공연 유료점유율(55%)은 주 8회 공연 중 최저치에 가까웠다.

■어느 요일에 봐야 '안전'할까

공연을 할 때마다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관객 입장에서 언제 공연을 보는 게 나을까. 정답은 없지만 "토요일 낮 공연, 화요일 저녁 공연은 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토요일의 경우 하루 2회 공연을 하는데, 낮 공연에서는 아무래도 체력을 아낄 수밖에 없다. 배우 길해연은 "공연은 밤의 예술이고 배우들도 그 시간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토요일 낮 공연보다는 저녁 공연이 좋다"고 말했다.

월요일에 쉬고 하는 화요일 공연은 배우의 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출가 이병훈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화요일 공연에 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라이어'를 제작한 파파프러덕션의 이봉규 부장은 "관객 입장에서는 평일 중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공연을 보는 게 위험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전통극 노(能) 연기술에는 "날씨가 흐릴 때는 밝게 연기하고 화창한 날에는 어둡게 연기하라"는 말이 있다. 극장 밖과는 정반대로 가야 관객이 극 속으로 더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출가 임영웅은 "요일이나 날씨에 따라 공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에 반대했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공연이 아니라면 좋은 배우는 상황과 관계없이 죽기 살기로 임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개막 이튿날 공연은 긴장이 풀려 실수가 종종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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