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학전'… 20주년 잔칫상에 '고추장 떡볶이'로 꼬마관객들 초대

입력 : 2011.02.17 23:40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가 1991년 만든 학전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대학로 학전블루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 음악극 '고추장 떡볶이'(연출 김민기)의 팸플릿 귀퉁이에는 '3월에 극단 학전이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감사의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민기는 강원도 원주에서 그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다음 달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씨. /뉴시스
다음 달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씨. /뉴시스

학전은 1991년 3월 '뮤지컬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공연문화의 튼튼한 못자리가 되겠다'는 취지로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현재 학전블루)을 개관하면서 출발했다. 김민기는 1994년 독일 원작을 번안하고 연출까지 맡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초연했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을 통해 한국적 정서가 담긴 공연을 보여줬다. 하지만 2004년 그는 아동극으로 건너갔다. 학전블루는 어린이청소년전용관으로 바뀌었다. 당시 '우리는 친구다'를 올린 김민기는 "환쟁이(화가)도 나이 50 넘으면 어린아이를 그린다. 어떤 장르의 작가든 어린아이에 대한 관심은 의무"라고 말했다.

2008년 그는 최장기 공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접었다. 21세기에 바뀐 서울 풍경을 담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민기는 "시원섭섭하다. 난 매일 절망 속에 산다. 그렇게 살아야 희망도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남자 '제비'를 찾아 서울에 온 연변 처녀 '선녀'가 주인공인 '지하철 1호선'은 4000회로 끝날 때까지 나윤선·조승우·황정민·설경구·장현성 등 배우 170여명이 거쳐갔다. 조승우는 "학전에서 내공을 키웠다. 객석이 꽉 찬 날은 1000원씩 사례금을 주셨는데 어느 달은 3만원(매일 만석이었다는 뜻)을 받았다"면서 "그 3만원이 30만원, 300만원보다 값졌다"고 했다.

최근 김민기는 아동극에 더 집중하고 있다. '고추장 떡볶이'는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아동청소년연극상을 받았다. 아빠·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초등 3학년과 유치원생 형제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다. 김민기는 "아동문학은 일방적으로 판타지를 줄 뿐 리얼리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이 학전의 어린이 무대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초보적인 연극 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학전 20주년 프로그램은 그동안 김민기가 만든 10여편의 갈라 무대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1호선' '의형제'는 물론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등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 지난 20년 사이 김민기의 변화도 엿볼 수 있는 잔칫상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27일까지 학전블루에서 공연.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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