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음악과 백색 발레…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

입력 : 2011.02.16 18:27

국립발레단 '지젤'

고전 낭만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지젤'을 국립발레단이 2002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클래식 발레 가운데 대본과 음악, 그리고 춤의 결합이 완벽한 작품으로, 지젤의 역할이 크다. 이는 시골 처녀와 죽은 정령이라는 상반되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지젤을 선보일 김주원과 김지영, 신예 이은원과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라에티시아 퓌졸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젤'은 '백조의 호수'와 함께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꼽히는 작품이다. 거의 모든 메이저 발레단들이 '지젤'을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월드 스타급 무용수들의 이력에는 지젤 역을 춤춘 기록이 빠짐없이 따라 다닌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흥행 면에서도 발레 '지젤'은 상한가를 기록한다.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내한 공연에서도 '지젤'은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지젤'은 클래식 발레 가운데 대본과 음악, 그리고 춤의 결합이 완벽한 작품으로 꼽힌다. 전체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모티프는 순진한 시골 처녀 지젤의 비극적이면서도 헌신적인 사랑이다. 지젤은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신분을 속인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고 약혼까지 하나, 그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 후 ‘윌리’가 된다. 스산하고 음침한 숲 속에서 하얀 옷을 입고 달빛 아래 춤추는 윌리들은 결혼식을 앞두고 죽은 처녀들의 혼백이다. 그들의 춤은 격렬한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너울거리는 드레스의 율동은 신비로운 환상의 색채로 표출된다.

테오필 고티에가 대본을 쓴 발레 '지젤'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의해 1841년 초연되었다. 파리오페라극장의 발레마스터였던 장 코랄리가 안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솔로 부분만 쥘 페로가 맡아 안무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지젤'은 1860년 이후 러시아에서 새롭게 안무된 작품이다. 당시 마린스키극장의 예술감독이던 마리우스 프티파는 1막에 지젤을 위한 솔로 바리에이션을 삽입했다. 또한 2막에 있던 각국 윌리의 춤을 없애고 하나의 군무로 엮는 대신 새롭게 미르타의 춤, 그리고 주인공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2인무를 삽입했다.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매력은 아돌프 아당의 발레음악이다. 이미 '파우스트'를 비롯해 '겐트의 아름다운 아가씨' '네 악마' '해적' 등 많은 발레음악을 작곡해 저명한 발레음악 작곡가로 손꼽히던 아당은 '지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발휘, 등장인물과 상황에 적절한 모티프를 부여해 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1막 중 지젤이 꽃점을 치는 장면, 2막을 수놓는 윌리들의 군무와 미르타의 춤, 그리고 알브레히트와 지젤의 2인무 등에서 아당의 음악은 특히 눈부시게 빛난다.

아당의 음악과 함께 시공을 초월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무려 170년 동안이나 변함없는 인기를 누려온 작품 '지젤'은 그 명성에 걸맞게 여러 발레단에 의해 공연되었다.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은 프티파가 안무한 작품을, 유니버설 발레단은 프티파의 안무를 기초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새롭게 연출한 작품을 공연해오고 있다.

19세기 파리의 로맨티시즘 복원하는 새로운 '지젤'

국립발레단이 9년 만에 '지젤' 전막을 공연한다. 그런데 이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작품은 2002년에 공연했던 것과는 다른,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왈 출신 파트리스 바르가 1991년에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작품이다. 그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1841년 초연된 원작의 전통과 정신을 살리면서 현대적 숨결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낭만주의 여성성은 두 가지인데 '지젤'에서는 비현실적이고 부드러운 지젤과 팜므파탈 같은 미르타로 대표된다. 삶의 어두운 측면과 신비로운 세계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젤'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적 해석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이 안무한 작품의 성격을 가늠하게 했다.

이번 '지젤'의 의상은 라스칼라극장의 의상을 제작하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브란카토 아틀리에에서 제작할 것으로 알려져,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살려낸 무대 배경과 함께 발레 탄생지인 이탈리아의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젤' 1막에서 볼만한 춤은 ‘알브레히트와 지젤의 파드되’와 포도 수확 축제의 왕과 여왕으로 뽑힌 농부 한 쌍이 추는 ‘페전트 파드되’다. 반면 2막에서는 특별히 어느 한 장면을 고를 수 없을 만큼 전체가 매력적이다. 윌리의 여왕 미르타가 추는 솔로, 숲 속에서 펼쳐지는 백색 윌리들의 군무, 힐라리온을 죽음으로 유혹하는 춤, 그리고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재회의 2인무 등, 화려하진 않지만 환상을 자극하는 춤들로 가득 차 있어 낭만발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2막의 춤은 특히 발목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로맨틱 튀튀와 함께 어우러져 백색 발레, Ballet Blanc의 극치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청순하고 순박한 시골 처녀에서 사랑의 배신에 광란의 춤을 추며 자결하는 비련의 여인을 거쳐, 마침내 겉은 싸늘한 정령이지만 마음속엔 숭고한 사랑을 간직한 윌리가 되어가는 지젤의 변신을 마음 깊이 음미하며 따라가야 한다.

작품의 주역인 지젤은 순박한 시골 처녀(1막)와 죽은 정령(2막)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의 캐릭터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무용수가 표현해야 하는 감정의 영역 또한 매우 넓고 깊다. 사랑에 빠진 처녀의 기쁨과 설렘에서 배신의 아픔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 정령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완전한 헌신성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젤 역은 늘 뛰어난 테크닉과 함께 연기력을 갖춘 배우에게 돌아갔다.

초연 당시 지젤 역은 가를로타 그리지가 맡았다. 이후 지젤은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도전하고 싶은 배역으로 떠올랐다. 작품 자체가 지닌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매력, 그 만큼 지젤 역은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지젤 역은 마고트 폰테인, 갈리나 울라노바, 에카테리나 막시모바, 나탈리아 마카로바 등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에게 하나같이 큰 인기와 명성을 누리게 해주었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에는 김주원(김현웅)과 김지영(이동훈) 쌍두마차 외에 신예 이은원(김현웅)과 객원 초청 무용수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라에티시아 퓌졸(마티유 가니오)이 캐스팅되었다. 이들이 지젤의 캐릭터를 어떻게 새롭게 창조해낼 것인지 비교해 지켜보는 것 또한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일시 : 2월 24~25일 19시 30분 / 26일 15시, 19시 / 27일 15시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 02-587-6181
해당 기사의 키워드 목록 :
성남문화재단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