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28 13:59
설 연휴가 찾아왔다. 올해는 구제역 파동으로 지방으로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집에만 틀어박혀 '방콕'만 하지말고 가족이나 친지, 연인과 함께 공연장 나들이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공연 감상 못지않게 오랜만에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이 관객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천국의 눈물'
김준수 팬이라면 가슴이 설렌다. 더구나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으니…. 브로드웨이 일급 작곡가가 국내 창작뮤지컬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모차르트!'로 뮤지컬 연착륙에 성공한 아시아의 별 김준수는 "뮤지컬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수 외에 '오페라의 유령' 팬텀 역으로 유명한 브래드 리틀, 윤공주 전동석 정상윤 등이 캐스팅됐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한 남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미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 두말이 필요없는 현존 영화음악계의 최고 거장 모리꼬네가 총음악감독을 맡았다. 한국의 상상뮤지컬컴퍼니가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 영화 '미션'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기획과 투자를 맡고 유럽의 일류 스태프가 제작한다. 영화 '미션'에 삽입된 '가브리엘 오보에'는 지난해 KBS '남자의 자격' 합창곡으로 선정돼 신드롬을 일으켰던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이다. 한국에서 세계 초연한 뒤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2일 세종문화회관 개막.
▶'아이다'
디즈니 뮤지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 작품이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그에게 포로로 잡혀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다. 신분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남녀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열정적인 뮤지컬넘버와 화려한 안무는 디즈니뮤지컬 가운데 최고라는 평. 옥주현 김우형 정선아 등이 원캐스트(1배역 1배우)로 열연 중이다. 팝의 대가 엘튼 존이 작곡한 감미로운 노래가 귓전을 울리고, 현란한 무대 메커니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남아트센터.
▶'금발이 너무해'
금발 미녀는 정말 멍청할까? 이 오랜 속설을 모티브로 한 할리우드 히트영화가 원작이다. 유쾌하고 흥겨워 설 분위기에 딱이다. 금발아가씨 엘 우즈, 변심한 남자친구를 되찾기위해 '열공'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다. 하지만 입학했다고 저절로 모든게 해결될 리는 만무. 귀여운 철부지 엘 우즈가 펼치는 천방지축 스토리가 화려한 무대에서 코믹하게 펼쳐진다. 인기 걸그룹 f(x)의 리드보컬 루나가 이달 초 주인공 엘 우즈 역에 합류한다. 코엑스 아티움.
▶'지킬 앤 하이드'
국내 뮤지컬의 간판스타 조승우의 오늘을 있게 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루이스 스티븐스의 소설이 원작.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선과 악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다.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지킬(하이드)이란 인물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투영했다.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원스 어폰어 드림' '썸원 라이크 유' 등 이 작품에 들어있는 와일드혼의 뮤지컬넘버는 여러 곡이 히트했다.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편인데 이게 우리 정서와 궁합이 맞는다. 조정은 김선영 류정한 등 출연. 샤롯데씨어터.
▶'올댓 재즈'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에 관심이 있다면 챙겨볼만 하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서병구는 뮤지컬계의 간판 안무가로 국내 최고의 포시 전문가다. 포시의 대표작인 '리치맨스 프러그' '바이 바이 러브' 등이 '오마쥬(Homage)' 형식으로 삽입돼 있다. 방송국 PD 유라(전수미)는 어느날 소식을 끊어버린 옛 애인 태민(강태을/에반)을 인터뷰하러 뉴욕으로 떠난다. 브로드웨이에서 안무가로 성공한 태민에게는 숨겨놓은 상처가 있었는데…. 감초역 임춘길의 코믹연기도 최고다. 용산아트홀.
▶'헤이, 완득이'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사는 완득이.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이다. 철천지 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김려령의 소설이 원작이다. 2008년 겨울 초연된 뒤 호평 속에 9차 공연을 진행 중이다. 김윤석 유아인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대머리 여가수'
부조리극 작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작이다. 배우 안석환의 연출 데뷔작으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도록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안석환은 번안, 연출, 출연까지 1인 3역에 도전 중이다. 임옥상 화백의 심플하면서도 선 굵은 무대디자인, 이상봉 디자이너의 전통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의 의상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참여로 배우들의 자유로운 움직임까지 더해졌다. 원작보다 훨씬 신명나고 흥겨운 코믹 소동극. SM아트홀
▶'광수생각'
박광수의 히트 만화가 원작이다. 마음속으로는 사랑하지만 때로는 바빠서, 살아가기 힘들어서 또는 수줍음에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든 서툰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등장하는 연극으로 잔잔한 일상에서 깨닫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과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만화같은 무대와 엔딩 크레딧, 중간 중간 등장하는 영상이 눈길을 끈다. 이범기 김준영 홍예나 등 출연. 신연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