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31 03:02
피아니스트 김선욱 첫 파리 독주회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의 '음악 1번지'로 꼽히는 살 플레옐(Salle Pleyel) 공연장 입구에 들어선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당초 이날 독주회가 잡혀 있었던 체코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이반 모라베츠(Moravec·80) 대신 한국의 20대 젊은 피아니스트가 대타로 나섰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만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와 랑랑의 공연을 주관하는 프랑스 명문 기획사 '피아노 에투알'은 건강악화로 연주를 갑자기 취소한 모라베츠 대신 김선욱을 긴급 섭외했다. 상시 공연이 정착한 유럽에서는 지휘자나 협연자의 교체는 부지기수이지만, 홀로 공연을 이끄는 독주회 연주자를 교체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이 공연은 김선욱의 파리 첫 독주회였다.
대타로 들어섰지만 김선욱의 타구는 깨끗한 안타에 가까웠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론도에서 김선욱은 은은하고 잔잔하게 출발해서 정적까지 기민하게 활용하면서 파리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절정에서 그의 오른손이 들려주는 선율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서정적인 아리아와도 닮아 있었다. 때마침 연주회 당일이 작곡가의 탄생일이어서,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파리에서 보내는 '생일 선물'이 됐다.
모차르트에 이어 전반부는 자신의 장기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 집중했다. 김선욱은 연주 30분 전까지도 주요 소절을 꼼꼼하게 재점검했지만, 그가 고른 피아노의 맑고 깨끗한 음색은 작곡가의 소나타 30번 1악장에서 별빛처럼 영롱한 빛깔을 냈다. 소나타가 끝났을 때 파리 청중은 서둘러 박수를 보냈지만, 연주자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한 작곡가의 두 작품을 동일선상에서 들어달라는 대담한 주문이었다.
김선욱은 지난해 국내 독주회에서 앙코르로 선사했던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파리 연주회에서 후반부의 메인 연주곡으로 배치했다. 입장과 동시에 박수가 멈추기도 전에 전람회에 입장하는 산책(Promenade)을 연주하기 시작한 김선욱은 첫 곡 '난쟁이'부터 무시무시할 만큼 박력 넘치는 왼손을 선보였다.
분명히 듣고 있는 곡은 무소륵스키의 독주곡인데도 머릿속에는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가 그대로 연상되는 폭넓은 스케일과 입체감이야말로 올해 갓 스물두살인 이 피아니스트의 매력 포인트다. 약음기(弱音器)를 부착한 트럼펫을 묘사해야 하는 여섯 번째 곡에서는 오른손의 일관성이 아쉬웠고, 마지막 9~10번 곡에서는 힘을 폭발시키는 지점을 조금 일찍 잡아서 조기에 에너지가 소진될 우려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건반 앞에 앉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파리 관객들의 표정도 점차 호기심 어린 관찰에서 열렬한 호응으로 바뀌었다. 이미 7번 곡부터 땀방울을 빗물처럼 무대로 떨어뜨리며 뜨거운 열정과 집중력을 드러낸 뒤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을 장중하게 끝내자, 파리 청중들은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김선욱은 오는 6월 같은 공연장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내년 5월에도 독주회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무서운 아이)'이 파리 입성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모차르트에 이어 전반부는 자신의 장기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 집중했다. 김선욱은 연주 30분 전까지도 주요 소절을 꼼꼼하게 재점검했지만, 그가 고른 피아노의 맑고 깨끗한 음색은 작곡가의 소나타 30번 1악장에서 별빛처럼 영롱한 빛깔을 냈다. 소나타가 끝났을 때 파리 청중은 서둘러 박수를 보냈지만, 연주자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한 작곡가의 두 작품을 동일선상에서 들어달라는 대담한 주문이었다.
김선욱은 지난해 국내 독주회에서 앙코르로 선사했던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파리 연주회에서 후반부의 메인 연주곡으로 배치했다. 입장과 동시에 박수가 멈추기도 전에 전람회에 입장하는 산책(Promenade)을 연주하기 시작한 김선욱은 첫 곡 '난쟁이'부터 무시무시할 만큼 박력 넘치는 왼손을 선보였다.
분명히 듣고 있는 곡은 무소륵스키의 독주곡인데도 머릿속에는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가 그대로 연상되는 폭넓은 스케일과 입체감이야말로 올해 갓 스물두살인 이 피아니스트의 매력 포인트다. 약음기(弱音器)를 부착한 트럼펫을 묘사해야 하는 여섯 번째 곡에서는 오른손의 일관성이 아쉬웠고, 마지막 9~10번 곡에서는 힘을 폭발시키는 지점을 조금 일찍 잡아서 조기에 에너지가 소진될 우려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건반 앞에 앉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파리 관객들의 표정도 점차 호기심 어린 관찰에서 열렬한 호응으로 바뀌었다. 이미 7번 곡부터 땀방울을 빗물처럼 무대로 떨어뜨리며 뜨거운 열정과 집중력을 드러낸 뒤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을 장중하게 끝내자, 파리 청중들은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김선욱은 오는 6월 같은 공연장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내년 5월에도 독주회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무서운 아이)'이 파리 입성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김선욱 "지휘 공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김대진·김선욱 사제(師弟) '아름다운 뉴욕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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