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가대극원 오페라 '투란도트'…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 자막이 옥에 티

입력 : 2011.01.26 23:29
금세라도 불을 뿜을 듯 위협적 자세로 서 있는 거대한 황룡(黃龍), 계단 위 높디높은 옥좌에서 신민(臣民·관객도 포함된다)을 내려다보는 황제, 군주 앞에 둘러선 신하들의 시위로 무대는 가득 찼다. 연출, 무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200명 가까운 중국 제작진이 공수(空輸)돼온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의 '투란도트'는 장이머우(張藝謀)의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 세트를 실내에 옮겨놓은 듯한 장대미가 두드러졌다. 국가대극원 수석 무대 디자이너 가오광젠(高廣健)은 작곡가 푸치니의 상상 속 중국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시각의 향연을 펼친 중국 국가대극원의‘투란도트’. /국립오페라단 제공
화려한 의상과 무대로 시각의 향연을 펼친 중국 국가대극원의‘투란도트’. /국립오페라단 제공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전 문을 연 국가대극원이 개관기념 오페라로 올렸던 '투란도트'는 풍성한 시각의 향연(饗宴)이었다. 무희(舞姬)들이 치마에 연등 10여개를 매달고 춤을 추는 대목이나 3막 초반 사선(斜線)으로 열린 무대 뒤편으로 비친 밤하늘 풍경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중국 소프라노 손시우웨이(孫秀葦)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투란도트 공주를 무난하게 소화했고, 홍콩 출신 테너 목 워렌은 3막의 백미인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서 약간 불안했지만 모험심 강한 젊은 칼라프를 연기했다. 시녀 류 역의 소프라노 박지현은 칼라프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순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아리아를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중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18분 분량을 갈아 끼운 3막 종반부는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푸치니 스타일을 충실히 따른 덕분인지 단절감 없이 자연스레 어울렸다. 하지만 자막과 대본의 오류는 눈에 거슬렸다. 이탈리아어 대본에 나오는 중국 인명·지명을 발음대로 우리말로 옮기면서 무언지 알 수 없는 표기가 종종 눈에 띄었다. 1막의 '퀑제(Koung-tze)', 2막의 '체끼앙(Tse-Kiang)' '양쩨(Jang-Tse)'가 대표적이다. '퀑제'는 '공자(孔子)', '체끼앙'은 '절강(浙江)', '양쩨'는 '양쯔강'을 잘못 옮긴 것으로 보인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02) 580-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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