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국의 눈물'
뮤지컬 '천국의 눈물'의 설도윤 프로듀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컬 프로듀서다. 그의 이름 뒤에는 첫째라는 타이틀이 주로 붙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100억원대 초대형 뮤지컬의 장기 공연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캣츠' 지방 순회공연을 통해 최장기 지방 공연을 이루어냈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보엠'에 투자해 플레이빌에 등재된 국내 최초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는 그의 활동이 주로 해외 뮤지컬 제작에 힘써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라이선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기억하겠지만, 대표적인 소극장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제작한 것도 그였다. 그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제작한다. 그의 이름을 걸고 오랜 기간 공들여 내놓는 대형 창작 뮤지컬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된다. 과연 그는 또 한 번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국내외 창작진의 공동 작업
해외 창작진으로 구성된 대형 창작 뮤지컬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댄싱 섀도우' 역시 차범석 희곡을 원작으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제작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댄싱 섀도우'는 각 파트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우화로 각색한 대본상의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흥행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 병사와 베트남 여인의 사랑을 담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007년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 작곡을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프랭크 와일드 혼은 자신의 작품 '루돌프'와 '원더랜드'에서 함께 작업했던 피비 황을 대본 작가로 소개하고, 연출가로 '까미유 끌로델', '카르멘'에서 함께 작업한 가브리엘 베리를 추천했다.
가브리엘은 2000년 '와일드 파티'로 드라마데스크상에서 연출상을 받았고, 2010년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인 '멤피스'의 브로드웨이 입성 이전, 프로덕션에서 연출을 맡아 작품의 기반을 닦았다. 가브리엘은 무대 디자이너로 '멤피스', '드라우지 샤프롱', '속속들이 현대적인 밀리' 등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갈로를 추천했다. 한국 프로듀서와 해외 아티스트들의 결합이었지만 함께 일한 경험도 있고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창작자들 간의 호흡은 문제 되지 않았다. 이 외의 파트에는 국내 스태프가 해외 창작진과 호흡을 맞춘다. 안무 이란영, 의상 한정임, 조명 구윤영, 음향 김기영 등 각 분야의 최고 스태프가 참여한다. 국내 창작진의 향상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다. 설도윤 프로듀서는 “일단 일본 무대를 준비 중이며 유럽 무대를 거쳐 최종 목적지는 브로드웨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노래가 완성된 2010년,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두 차례 뉴욕에서 현지 배우들이 출연하는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에 참가한 현지 공연 관계자들은 ‘몰입도가 뛰어난 공연’이란 평을 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고 한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 병사 준과 사이공의 나이트클럽 가수 린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다. 미군인 그레이슨 대령은 린을 여자로서뿐만 아니라 그녀의 재능을 아끼고 사랑해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그 둘 사이에 한국 병사 준이 끼어든다. 준의 진실한 접근에 마음을 연 린은 그레이슨 대령이 주는 모든 기회를 버리고 준을 선택한다. 그러나 전쟁이 악화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던 준은 전쟁터에 투입된다. 짧은 사랑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나머지 인생을 걸어야 했던 연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성보다는 준과 린의 사랑에 집중하는 멜로물의 성격이 짙다. 클럽 장면은 물랑루즈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무희들의 쇼를 보여주고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오페라 장면 또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은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와 호화로운 쇼가 결합되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을 추구한다. 거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선율을 녹여낸다. 일부 공개된 음악은 그의 최고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천국의 눈물' 음악은 공연 개막 전인 2010년 12월 말에 브로드웨이 현지 배우들이 부른 영어 OST 26곡을 한국어로 번역한 곡을 선별해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다. 프랑스나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을 미리 홍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OST 사전 발매 역시 국내 시장에서는 낯선 마케팅 방식이다. 사전 발매가 공연 흥행에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될지 실험해볼 좋은 기회다.
캐스팅 역시 화려하다. 2010년 데뷔작 '모차르트!'를 전회 매진시키며 뮤지컬계의 최대 이슈 메이커로 등극한 김준수가 한 여인의 사랑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한국인 병사 준 역으로 출연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준수의 출연만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최고의 개런티를 받은 배우인 만큼 공연 전부터 일부 언론에서 계약서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글로벌한 제작진에 이어 배우 캐스팅 역시 글로벌하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지킬 앤 하이드' 국내 공연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고, 가장 오랜 기간 팬텀 역을 맡았던 브레드 리틀이 삼각관계의 한 축인 그레이슨 대령 역으로 출연한다. 린 역에는 성숙미가 더해가는 뮤지컬 배우 윤공주가 캐스팅되었다. 또 다른 준 역에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로 활약한 정상윤과 떠오르는 신예 전동석이 참여하고, 여성 듀오 다비치의 이해리가 린 역에 더블캐스팅되어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국내 창작진과 해외 창작진의 글로벌한 작업, 브로드웨이 무대의 도전, 사전 OST 발매 등 '천국의 눈물'은 국내 뮤지컬계에서 다양한 이슈를 실험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설도윤 프로듀서의 또 다른 도전이 우리 뮤지컬계에 어떤 결과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