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NOW!] 뉴욕의 모네, 한국 기업이 모신 겁니다

입력 : 2011.01.17 03:02   |   수정 : 2011.01.17 11:41

[메세나 NOW!] [3] 세계로 뻗는 예술 후원
해외 유명 미술관 전시 지원 한국실 설립·연구 기금도
英·佛·러 세계 3대 박물관엔 한국어 등 외국어 안내 서비스

작년 1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뉴욕 모마(MoMA)에서 인상주의 거장인 모네의 〈수련〉전(展)이 열렸다. 한국의 한진해운이 후원한 이 전시는 모두 85만7300여명의 관람객이 들어 2010년 모마 전시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출장차 뉴욕에 들렀다가 〈수련〉전을 관람한 이승혜(35·서울)씨는 "해외 유명 전시를 가보면 후원사는 미국이나 독일·일본 기업 이름만 볼 수 있는데 모마 전시 후원사에 한국 기업 이름이 있는 걸 보고 놀랐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과 함께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 폭도 그만큼 적극적이고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인 한진해운의 후원으로 2010년 뉴욕 모마에서 열린 모네의〈수련〉전. 이 전시는 8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 작년 모마가 기획한 전시 중 가장 인기있는 전시로 평가됐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한국 기업인 한진해운의 후원으로 2010년 뉴욕 모마에서 열린 모네의〈수련〉전. 이 전시는 8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 작년 모마가 기획한 전시 중 가장 인기있는 전시로 평가됐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지난 2007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대회인 F1을 지원해왔던 한진해운은 남성 중심 스포츠 후원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미술 지원이었고, 모마에 이어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전시를 후원하고 있다.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대한항공이 후원한 한국어 멀티미디어 가이드 서비스를 듣고 있는 관람객들.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대한항공이 후원한 한국어 멀티미디어 가이드 서비스를 듣고 있는 관람객들.
대한항공은 2008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멀티미디어 가이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영어·스페인어·일어 등 제한된 언어만 서비스했던 대영박물관은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한국어는 물론 아랍어 등 11개 언어를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 관람객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람객들도 자기 나라 말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언어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고 안타까웠다"며 세계 3대 박물관에 언어 서비스 지원을 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한국 기업 중 해외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먼저 나선 곳은 삼성그룹이다. 1992년 영국 빅토리아·알버트미술관의 한국실 설립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관 연구기금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삼성 아시아미술 수석큐레이터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구겐하임미술관의 리처드 암스트롱 관장은 "삼성의 지원으로 구겐하임미술관이 세계 미술에서 아시아 미술의 중요성을 제대로 조명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이 한국관 연구기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내건 한국관 전시 현수막.
삼성그룹이 한국관 연구기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내건 한국관 전시 현수막.

대그룹만 해외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의 한국실 재개관에 맞춰 노리개 등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소장한 유물 36점을 빌려줬다. 1979년부터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여성 관련 전통 미술품을 전시해온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해외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국내 메세나 활동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일우사진상'을 제정해 국내의 젊은 사진작가를 돕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설화문화전' 등 전통 공예 부문을 지원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영광 원전(原電)에서 기획한 김수자의 설치작품 전시를 후원했다. 삼성은 국내 각종 미술 전시 지원과 함께 1996년부터 파리국제예술공동체와 장기 계약을 맺어 한국의 재능있는 작가가 파리에 머물며 각국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과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설치미술작가 김수자씨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전시 지원이 늘면서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은주 팀장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볼 때 한국 기업들이 해외 문화예술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며 "다만 지속적이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메세나(Mecenat)란?
문화예술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이를 지원하는 기업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