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을 넘어선 이중 전략의 승리

입력 : 2010.12.17 13:29

뮤지컬 '아이다'

디즈니의 세 번째 뮤지컬인 '아이다'는 처음으로 성인 뮤지컬을 표방하며 자사의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디즈니의 실력을 시험한 작품이다. '아이다'의 뮤지컬 제작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출발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합작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성공하자 디즈니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작품을 제안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업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을 록 뮤지컬로 만들자는 제안에는 굉장한 흥미를 느꼈다. 뮤지컬 '아이다'가 기획된 것은 1994년, 디즈니의 두 번째 뮤지컬인 '라이온 킹'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다. 디즈니의 콘텐츠 중 가장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라이온 킹'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만 '라이온 킹'을 올리기 전까지 '아이다'를 먼저 올려야 한다는 디즈니 내부의 의견이 있었다. 그만큼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자유를 한정된 무대 위에 재현하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

'아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디즈니는 충분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 다양한 실험과 고민을 통해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오르기까지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00년 3월 23일 브로드웨이 팔레스 극장에서 초연하기 전 '아이다'는 1998년 애틀랜타와 1999년 시카고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보완되었으며 다듬어졌다. 두 차례의 철저한 검증과 수정・보완을 거친 '아이다'는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 이것은 기존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처럼 화려하고 쇼적이면서 그것과는 다르게 MTV적이며 현대적인 감성을 담았고,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처럼 꿈과 환상을 주지만 사실적인 드라마를 강조해 감동적인 작품으로 태어났다.

별들의 감성으로 깨어난 이집트의 사랑

'아이다'는 두 개의 큰 벽을 넘어야 했다. 하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원작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였다. 게다가 '아이다'는 자사의 사랑받는 캐릭터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행복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디즈니는 '아이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쇼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로버트 폴스 Robert Falls에게 연출을 맡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작품의 진지한 드라마를 부각하고 연극적인 연출을 함과 동시에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이중 전략을 펼쳤다.

이집트가 중앙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을 점령해나갈 당시, 작은 나라인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국경과 신분을 넘어선 러브 스토리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라다메스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이집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암네리스 공주다. 암네리스 공주는 노예로 선물 받은 아이다의 당당함에 반해 누구에게도 나누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두 여인의 우정은 발전해가고, 한편 독립을 원하는 누비아와 누비아를 식민화한 이집트의 갈등은 거세져만 간다. 이러한 복잡한 정세 속에서 라다메스는 보장된 권력과 조국의 명예를 버리고, 아이다는 조국과 백성의 기대를 배반한 채 사랑을 선택한다.

온실 속에서 자란 암네리스는 우정과 사랑으로부터의 배신을 경험하면서 뼈아픈 결정을 한다. 인물들의 상황과 배경,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속에서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그러한 모든 난관을 뚫고 죽음을 통해 사랑을 선택한다. 수천 년 전의 사랑 이야기는 환생한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현대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으로 만든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담당한 밥 크로울리는 이집트의 감각이 느껴지면서도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온통 흰색 톤으로 빛나던 메트로폴리탄 이집트관부터 붉은 태양광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이집트의 사막, 붉은 노을이 드리워진 야자수가 펼쳐진 호수, 그곳으로 항아리를 이고 오는 이집트 여인들의 자태는 피라미드에 새겨진 실루엣들이 채색화된 풍경 속으로 살아 나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암네리스의 수영장은 마치 위에서 내려찍은 듯한 수영장 풍경을 무대 전면에 연출해 재미난 볼거리를 선사했다. 공연의 통일성을 위해 의상과 무대를 함께 작업하는 밥 크로울리는 의상 역시 이집트의 느낌과 색채를 간직하면서 현대적으로 변형된 스타일을 추구했다. 특히 암네리스의 화려한 옷들을 나열했던 장면은 MTV 스타일의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화려한 패션쇼를 연출했다.

웨인 실렌토의 안무 또한 세련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한다. 독일군 코트같이 반듯한 어깨선을 강조한 반코트를 입은 이집트 군인들은 ‘Another Pyramid’에서 통일되고 파워풀한 남성들의 춤을 선보인다. 반면 누비아인들의 ‘Dance of the Robe’는 자유롭고 규정되지 않은 움직임을 통해 강렬하고 본능적인 에너지를 표출한다. 누비아인들의 자유분방한 춤은 원시적인 느낌마저 준다. 이집트의 파괴적이고 문명화된 문화와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누비아인들의 문화를 춤으로 대비시켰다.

숭고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뮤지컬 '아이다'의 시발점이었으며 또한 넘어야 할 벽이었다. 엘튼 존은 그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R&B, 가스펠,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통해 베르디의 작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엘튼 존의 음악은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베르디의 음악에서 벗어나면서 엘튼 존은 베르디가 추구한 작업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그해 토니상과 그래미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아이다'는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무대, 의상, 조명에서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끌면서 마치 MTV 무대를 보는 듯한 안무와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브로드웨이의 쇼적인 뮤지컬과는 또 다른 작품 스타일로 디즈니는 다시 한 번 브로드웨이에서 주목받는다. '아이다'는 이후 5년간 롱런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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