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호두 王子'가 빚는 서로 다른 환상여행

입력 : 2010.12.09 03:02

국내 3대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역동적인 국립발레단 童話 같은 유니버설발레단 韓服 춤 나오는 서울발레시어터

해마다 이 무렵 그들은 '왕자(王子)'가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평정해온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서다. 국립발레단 정영재(26), 유니버설발레단(UBC) 이승현(24), 서울발레시어터(SBT) 강석원(26) 등 국내 3대 발레단의 '호두 왕자'들은 말쑥했다. 강석원은 "왕자 역을 맡을 땐 걸음걸이부터 내면까지 '왕자의 생활화'가 원칙"이라며 웃었다. "'백조의 호수'(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지그프리트 왕자인데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다른 왕자를 보여 드리려고 연구 중입니다."(정영재) "몸에 익어 편해요. 가족 관객에게 좋은 추억을 드린다는 보람도 있지요."(이승현)

유니버설발레단 이승현, 국립발레단 정영재, 서울발레시어터 강석원(왼쪽부터)이 발레‘호두까기 인형’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유니버설발레단 이승현, 국립발레단 정영재, 서울발레시어터 강석원(왼쪽부터)이 발레‘호두까기 인형’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세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환상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와 차이콥스키 음악은 똑같다. 하지만 안무·무대·의상은 3색(色)이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버전으로, 마임을 춤으로 표현해 역동적이고 힘차다. UBC의 러시아 마린스키 버전은 어린이 무용수들이 출연하고 마임이 섞여 있어 동화적이고 우아하다. 제임스 전이 재안무한 SBT 작품은 한복을 입고 추는 춤과 장구·소고·상모로 한국화됐다.

남성적인 표현력과 점프, 흡인력을 지닌 정영재(178㎝, 70㎏)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음악과 안무가 끈끈하게 뭉쳐져 부드럽게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랑했다. '3만원 줄 테니 발레하자'는 이모부(제임스 전) 꾐에 넘어가 중2 때 발레를 시작했다는 강석원(178㎝, 65㎏)은 "SBT 공연을 본 관객은 2막에서 한국 춤이 나오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받았다. 평소엔 멍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눈이 빛난다는 이승현(182㎝, 67㎏)은 "2막의 과자 나라 장면 중 커다란 치마폭에서 나온 아이들의 춤을 기대하라"고 했다.

이들이 호두 왕자 의상으로 갈아입자 몸매가 드러났다. 정영재는 "빨간 타이츠라 날렵해 보이고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너무 선명해서 발끝과 무릎의 모양에 늘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원은 "개인적으론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SBT는 흰색이라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빨간 상·하의를 입은 이승현은 "난 1막엔 흰색, 2막엔 빨간색 타이츠를 입고 싶다"고 했다.

나이로는 막내인 이승현이 '호두 왕자'로는 3년차로 정영재·강석원(이상 2년차)보다 선배다. 이승현은 "크리스마스를 늘 무대에서 보내지만 관객이 즐거우면 그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강석원은 "커튼콜에 박수를 받으면 통증이 사라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정영재는 "음악 안에 사랑과 꿈이 녹아 있어 어린이들이 꼭 봐야 할 발레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강석원이 "다른 두 단체의 '호두까기 인형'을 봤는데 저희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도발'을 감행했다. 다른 두 왕자는 '노코멘트(논평 보류)'라는 표정으로 말 없이 눈을 끔벅거렸다.

▶국립발레단은 17~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5~27일 고양아람누리. (02)580-1300

▶UBC는 10~1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17~18일 군포문예회관, 22~31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1544-1555

▶SBT는 10~11일 이천아트홀, 17~18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4~25일 부평아트센터, 31일~1월2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 (02)3442 -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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