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맡은 배역만 69개 "여자役 잘하는 비결은…"

입력 : 2010.11.24 23:32

손꼽히는 '멀티맨' 배우 임기홍

"극 중에서 여자 역할을 맡을 때 노하우를 공개하지요. 여자처럼 연기하려고 하면 백발백중 망해요. 스스로 여자라는 것을 즐겨야 더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가 나옵니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멀티맨(multi-man)'으로 꼽히는 배우 임기홍(35)은 "지난 1년 동안 맡은 배역을 다 합치면 아마도 100개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배우가 한 공연에서 최대 20여개까지 다역(多役) 연기를 맡는 멀티맨은 최근 2~3년 사이 뮤지컬의 트렌드가 됐다.

턱시도를 입고 나온 임기홍은“남들이 한 과목(배
역) 파고들 때 난 열 과목을 준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턱시도를 입고 나온 임기홍은“남들이 한 과목(배 역) 파고들 때 난 열 과목을 준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임기홍은 올해 '금발이 너무해'부터 '웨잇 포 유' '번지점프를 하다' '톡식 히어로'를 거쳐 요즘 '김종욱 찾기' '금발이 너무해'에 출연 중이다. 1년간 그가 맡은 배역의 총합은 계산해보니 69개였다. '금발이 너무해'에서 아랍 왕자, 여주인공 엘의 친구 폴렛의 전 남편, 동성애자 등 9개 배역으로 변신하는 그는 무대에서 늘 바쁘다.

"출연 순서를 헷갈리거나 하는 큰 실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급하게 옷 갈아입느라 바지 지퍼 안 올리고 나간 적은 왕왕 있었습니다."(웃음)

고향은 경북 포항, 대학 때 전공은 '무용과가 아니라 무역과'였다. 임기홍은 "대학 시절 통기타 서클에 들어가 모닥불 피워놓고 해 뜰 때까지 놀다 보니 이쪽 길로 온 것 같다"고 했다. 2001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앙상블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10년째다. 기능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배우라는 평을 받는 그는 "배역이 아무리 많아져도 출연료는 1인분"이라며 웃었다.

영화가 원작인 '금발이 너무해'는 금발의 여주인공 엘 우즈(김지우·최성희)가 남자 친구로부터 벼락같은 이별 통보를 받으며 출발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임기홍은 "재미부터 감동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뮤지컬"이라며 "개인적으로 엘 같은 여자는 감당 못한다. 하인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임기홍은 지난달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객석에서 벌떡 일어나 "오늘 25% 세일로 산 턱시도 입고 왔어요. 대한민국 뮤지컬 파이팅!"을 외쳐 큰 웃음을 줬다. 그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조연다운 조연, '예쁜 사람' 역할을 해보고 싶다. 혼자 100역을 하는 작품이 있다면 도전하겠다"면서 "턱시도가 쓸모 있을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금발이 너무해'는 3월 20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02)73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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