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지현아 힘내" 첼로의 따뜻한 위로

입력 : 2010.11.23 03:04

양성원 교수 트리오, 소아암 환자 쉼터 찾아

골육종과 싸우는 지현(10)이는 하룻밤만 지나면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닷새 정도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며 암세포와 벌이는 힘겨운 싸움이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치료에 들어가면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넘기고 토하는 일이 많다.

지현이는 7월 초 할머니댁에 갔다가 미끄러져 엉덩이를 다쳤다.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계속됐다. 큰 병원에 옮겨 MRI를 찍었더니, 척추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엄마 신현순(41)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국내 대표적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가 22일 오후 부인 김은식(바이올린)씨, 기타리스트 서정실씨와 함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쉼터 '한사랑의 집'을 찾았다.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주최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메세나협의회·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우리동네콘서트'의 하나로, 소아암 환자와 가족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위해서다. 지현, 미진(10), 은지(8) 등 소아암과 싸우는 '꼬마 투사'들과 그 가족들이 '한사랑의 집' 1층 거실에 모여 앉았다.

첼리스트 양성원(오른쪽)씨 트리오가 22일 서울 연건동‘한사랑의 집’을 찾아 소아암 환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첼리스트 양성원(오른쪽)씨 트리오가 22일 서울 연건동‘한사랑의 집’을 찾아 소아암 환자를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렇게 가까이서 연주하려니까 떨리네요." 양성원 교수가 '엄살'을 부리자 꼬마 청중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바흐의 '아리오소'에 이어, 첼로 무반주모음곡 1번 프렐류드의 은은한 선율이 흘러나오자 가족들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첼로와 바이올린이 기타 반주에 맞춰 번갈아 연주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까지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졌다.

분홍빛 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에 흰 마스크…. 오누이처럼 닮은 지현이와 미진이는 소파에 앉아 서로 기대 음악에 빠졌다. 미진이는 지난 4월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실명 위기까지 갔으나 지금은 많이 호전됐다. 마지막 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 5년쯤 피아노를 배웠다는 지현이는 손가락으로 건반을 따라 짚는 흉내를 냈다.

"첼로를 그만둘까 말까 방황하던 시절, 슈베르트는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습니다." 양 교수는 작년에 낸 '슈베르트' 음반과 새로 나온 드보르자크 협주곡 음반에 서명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신현순씨는 "딸아이 척추에서 암덩어리를 긁어내야 하고 갈 길이 멀지만 잠시나마 위로가 됐다"며 고마워했다.


협찬: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생명


 

22일 첼리스트 양상원씨가 백혈병 어린이들 앞에서 첼로 연주를 하며 설명을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