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18 13:09
"39년 만에 이 무대에 다시 서게 됐습니다. 더 나이 들면 못할 것 같아 고민 끝에 결심했지요."
노배우 이순재(75)의 얼굴에 감개무량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12월1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돈키호테'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난 1971년 옛 명동극장에서 공연된 '시라노 베르쥬락' 이후 무려 39년만의 명동 컴백이다. 노배우는 "젊어서 연극을 시작한 곳이 명동이고, 나에겐 정말 꿈의 공간"이라며 "소년처럼 단순하고 원칙적이며 일관성있는 인물인 돈키호테의 내면을 보여주겠다"며 젊은 배우 못지않은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노배우와 함께 공연하는 한명구 정규수 박용수 김영민 등 후배들도 대선배와의 공동작업에 경의를 표했다. '돈키호테'에 더블 캐스팅된 한명구는 "대원로 선배님과 같은 역에 캐스팅된 것 자체가 큰 의미이다. 선생님과 함께 토론하며 캐릭터에 좀더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고, 김영민은 "'살아있는 역사'와 함께 무대에 서 큰 영광"이라고 했다.
'돈키호테'는 스페인 문호 세르반테스의 두 말이 필요없는 걸작이다. 프랑스의 비평가 생트 뵈브는 '인류의 성서'라고 했고,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세계의 저명한 작가 100인을 상대로 한 앙케이트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1위로 꼽혔다.
이번 연극은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의 1874년 희곡을 텍스트로 한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를 썼던 사르두는 소설 속 소설로 삽입된 젊은 네 남녀 카르데니오와 루신다, 돈 페르난도와 도로테아 이야기를 골격 삼아 희곡을 완성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처럼 묘한 4각관계에 빠진 남녀가 돈키호테와 산초를 우연히 만나면서 겪는 해프닝이 펼쳐진다. 역시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보다 원작에 더 충실하다는 평이다.
연출과 각색은 독창적인 해석으로 유명한 양정웅이 맡았다. 그는 "원작에 충실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할 것"이라며 "셰익스피어 시대의 전통을 살리면서 모던한 무대와 음악, 희극적 해결 등을 버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사람들이 돈키호테라고 하면 풍차에 달려드는 정도만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죽음 앞에서도 결단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낭만과 모험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3시간이 넘는 원작을 2시간으로 압축했고, 스페인식 화법도 국내 관객을 위해 윤색했다. 또 극의 엔딩을 집으로 돌아온다는 원작과 달리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바꿨다.
스태프도 탄탄하다. 국립오페라단 무대미술감독을 역임한 임일진 디자이너가 이국적인 무대를, 김영지 디자이너가 17세기 스페인풍 의상을 선보인다. 또 발레 '심청'의 김은정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었고,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한정림감독이 오케스트레이션을 책임진다. 안무는 댄스씨어터 까두의 박호빈 대표가 구성한다.
이순재 한명구(돈키호테)를 비롯해 산초 역에 박용수, 오티즈 역에 정규수, 카데니오에 역에 김영민, 돈 페르난도 역에 한윤춘 등 최고의 연기파, 개성파 배우들이 총 집결했다.
내년 1월2일까지. 1644-2003 (www.MDtheater.or.kr)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