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피아노, 왼손 지휘' 우치다(內田·세계적 피아니스트)와 환상 호흡

입력 : 2010.11.18 03:01

주말 한국 오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일본에서 먼저 보니…

오케스트라는 마치 실내악단처럼 서로 눈짓만으로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미국에서 가장 유럽적인 사운드를 낸다는 오케스트라답게 부드러운 소리가 공연장을 따뜻하게 감쌌다.


다음 주말 내한 공연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16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모차르트만으로 맛깔스러운 밥상을 차렸다. 첫 순서인 디베르티멘토 K136은 지휘자 없이 30여명의 단원들이 악장의 리드로 유려하고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우치다 미츠코. 연주가 끝난 후 폴더식 휴대폰이 접히듯 머리를 150도쯤 숙여 청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Suntory Hall in the publications
피아노 앞에 앉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우치다 미츠코. 연주가 끝난 후 폴더식 휴대폰이 접히듯 머리를 150도쯤 숙여 청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Suntory Hall in the publications

모차르트로 빛낸 일본 공연

일본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內田光子)는 청중을 등지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가 올린 메뉴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20번과 마지막 협주곡인 27번이었다. 우치다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지휘를 하다가 솔로 부분을 연주하고, 가끔 오른손으로 연주하면서 왼손으로 지휘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휘봉 없는 맨손이었다.

유튜브에는 우치다가 산발한 머리로 음악에 몰입한 채 다양하면서 신들린 듯한 표정으로 지휘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이날 대부분 청중은 우치다의 등밖에 볼 수 없었지만 어깨의 흔들림만으로도 음악에 몰입한 그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지휘와 연주가 급하게 이어지는 곳에선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졌지만 우치다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자연스럽게 피아노와 녹아들었다. 우치다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 아티스트로서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을 직접 지휘하면서 연주한 바 있다.

우치다와 클리블랜드의 일본 연주는 영국의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11월 추천하는 '세계 최고의 기대작(the best events worldwide)'으로 선정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우치다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이달 초 모차르트 협주곡 20번·27번 음반을 데카를 통해 내놓았다.

32년 만의 내한… 브루크너·베토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이어 32년 만에 갖는 내한 공연에서 모차르트(디베르티멘토)를 비롯해 드뷔시(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베토벤(교향곡 3번 영웅), 브루크너(교향곡 7번)를 연주한다. 브루크너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50)의 대표적 레퍼토리다.

지난 2002년 부임한 벨저-뫼스트는 한때 이곳 음악 애호가들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외면하고 뉴욕으로 공연을 보러 다닌다는 말이 나돌 만큼 고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뉴욕타임스로부터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경이적(phenomenal)'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카네기홀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가 베토벤의 '영웅'이었다. 20대 나이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부악장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는 이정민(28)씨는 "벨저-뫼스트는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기 위해 단원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음정이 불안하거나 안 맞으면 바로 지적하지 않고 해당 섹션에서 알아서 고치도록 맡겨둔다"고 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2008년 '그라모폰'이 조사한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미국 교향악단 가운데 가장 높은 7위를 차지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세브란스병원, 무슨 관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홀은 세브란스홀(Severance Hall)이다. 세브란스홀은 클리블랜드 출신 석유 부호 존 세브란스가 공사비 700만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기부해서 1931년 세워졌다. 존 세브란스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전용 공연장 건립에 먼저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아내 엘리자베스가 세상을 떠나자 아내를 위해 200만달러를 추가로 내놨다.

존 세브란스의 아버지 루이스 세브란스는 1900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인 제중원에 4만5000달러를 기부해 새 병원을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제중원은 이를 기리기 위해 이름을 세브란스병원으로 바꾸었다.

세브란스 부자(父子)가 실천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연결시켰다. 이런 인연으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은 제중원(세브란스병원) 1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열린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20일 오후 7시 고양 아람누리, 1577-7766,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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