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30년… 걸판지게 놀다 갑니다"

입력 : 2010.11.17 03:01   |   수정 : 2010.11.17 08:03

고별무대 오르는 '3총사' 윤문식·김종엽·김성녀
"무대 많이 그립겠지만 후배들한테 물려줄 때… 장수 비결? 관객이죠"

'마당놀이 3총사' 윤문식(67)·김종엽(63)·김성녀(60)가 마당놀이를 떠난다. 마당놀이 1세대의 퇴장이다. 마당놀이 3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마당놀이전'(27일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전용극장)의 고별무대다.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세 배우는 "박수 칠 때 떠난다"면서 "결산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걸판지게 놀겠다"고 말했다.

"오늘 오신 손님들 반갑소~"라는 노래로 기억되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는 1981년 '허생전'으로 출발해 지난해 3000회 공연을 돌파(관객 350만명)했다. 세 배우는 마당놀이로 청춘을 다 보냈다. 윤문식은 목소리부터 순발력·해학성까지 타고난 마당놀이 광대다. 다재다능한 김종엽은 꼭두쇠로서 힘차게 판을 이끌고, 김성녀는 부드러운 노래와 연기로 방점을 찍는다. 연출가 손진책은 "셋 중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마당놀이가 불가능해지는 조합"이라고 했다.

30년 만에 마당놀이 무대를 떠나는 배우 김종엽·김성녀·윤문식(왼쪽부터)은“우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놀이꾼, 더 재미있는 마당놀이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30년 만에 마당놀이 무대를 떠나는 배우 김종엽·김성녀·윤문식(왼쪽부터)은“우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새로운 놀이꾼, 더 재미있는 마당놀이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성녀="사고 한 번 없이 관객과 더불어 30년을 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워요. 이럴 때 떠나야죠."

문식="세월을 속일 순 없지. 해마다 동작이 더 굼떠져요. 그리울 겁니다. 웬수 같았던 마누라도 그리운데…."

종엽="저는 태어날 때도 마당에서 태어났어요('만들 때도 마당에서 만드셨느냐'며 윤문식이 끼어들었다). 결혼식도 1984년 마당놀이 무대에서 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땐 진통제 맞고 휠체어 타고 무대에 올랐어요."

성녀="요즘엔 배우 두세 명이 한 배역을 나눠 맡는데 우린 단독으로 30년을 왔어요. 좀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문식="대판 싸운 적도 있었지. 이걸 하면서 '어른들도 싸우면서 큰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이 켜켜이 쌓였지."

종엽="새 술은 새 부대에! 아직 싱싱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만 후배들을 위해 물러납니다."

성녀="강산이 3번 바뀔 동안 늦가을부터 겨울은 마당놀이로 보냈습니다. 아이돌 시대에 '늙은돌'들이 장하게 버텼네요."

문식="더 나은 마당놀이 잉태를 위해 퇴장하는 겁니다."

종엽="땡감·홍시·곶감 다 맛이 다르잖아요. 우린 이제 뒷전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야죠."

성녀="손진책(연출)·국수호(안무)·박범훈(작곡)이 만든 마당에서 우리가 이렇게 오래 놀 수 있었던 배경엔 관객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문식="최종 소비자의 호응 덕이지요. 식성에 맞게 소화해주신 관객께 고맙습니다."

종엽="장수 비결은 첫째도 관객, 둘째도 셋째도 관객입니다."

성녀="이번 '마당놀이전'은 심청전·춘향전 등을 섞은 완결판이에요. 저는 홍길동·뺑덕어멈·이몽룡에 옹녀까지 합니다."

문식="30년 동안 가장 좋았던 백미(白眉)만 모은 하이라이트지요. 세 노인네 뛰는 거, 다시 볼 수 없어요. 그래도 안 보면 즈덜이 불쌍한 거고."
마당놀이 3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마당놀이전’의 고별무대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윤문식(67) ·김종엽(63)·김성녀(60) 가“박수 칠 때 떠난다”면서 “결산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걸판지게 놀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정경열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