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관객까지 일어섰을 때 가장 짜릿"

입력 : 2010.11.11 03:01

100회 넘어선 '빌리 엘리어트'… 빌리 4명이 말했다
공부·공연으로 하루가 빡빡 1년새 키도 10~12㎝ 쑥쑥
분장실선 오목·윷놀이 즐겨 "이모 팬들 많아 좋아요"

뻥튀기와 추파춥스, 꿀단지가 보였다. 지난 4일 서울 LG아트센터 분장실 2호. 팬텀·지킬·안중근 등이 거쳐 간 이 방의 요즘 주인은 솜털 뽀송뽀송한 소년들이다. "아, 뱃가죽 땡겨" "복근운동 너무 많이 했다" 재잘대며 들어온 그들은 김세용(13)·이지명(13)·정진호(12)·임선우(11),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들이다. '빌리 엘리어트'가 지난 7일 100회 공연(관객 7만명)을 돌파했다. 진호가 27번, 지명이 26번, 세용이 24번, 선우가 23번 무대에 올랐다. 빌리들이 왁자지껄 풀어놓는 지난 100일의 기억을 옮긴다.

100회

진호가 "100회? 벌써 절반쯤 지났네. 아, 슬프다" 하니까 세용이가 "아직 많이 남았어" 하며 다독였다. 지명이는 "연습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100회라니 신기하고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생각하고요…"라고 특유의 말투를 이어갔다. 막내 선우는 "형들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자"며 씩 웃었다.

빌리가 되기 위한 훈련은 지난해 초 시작됐다. 1년 사이에 세용이는 12㎝, 선우는 10㎝ 키가 자랐다. 변성기까지 겪고 있는 세용이는 "폐막까지 무대에 설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 받은 얘기를 꺼내자 진호가 말했다. "입장할 때 보니 트로피가 여러 개 있는 거예요. 공동 수상 아니면 우리가 타겠구나, 했지요. 히히."

뮤지컬‘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정진호·이지명·김세용·임선우(왼쪽부터). 이들과 공연하는 배우 정영주(윌킨슨)는“진호는 남자친구, 지명이는 남편, 세용이는 애인, 선우는 아들 같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뮤지컬‘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정진호·이지명·김세용·임선우(왼쪽부터). 이들과 공연하는 배우 정영주(윌킨슨)는“진호는 남자친구, 지명이는 남편, 세용이는 애인, 선우는 아들 같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실수는 괴로워

지나고 보면 실수도 추억이다. 선우에겐 '엎질러진 우유'사건의 충격이 컸다. "무대에 흥건한 우유를 다음 장면에서 발레걸스들이 춤추면서 등으로 벅벅 문질러 닦아냈어요. 발레걸스, 미안…."

무대에서 아빠(조원희)한테 '엄마'라고 부른 적이 있다는 세용이는 "1초 동안 당황했지만 얼렁뚱땅 넘어갔다"며 큭큭거렸다. 지명이는 춤을 추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의자를 돌리다 떨어뜨린 적이 있다는 진호는 "잠깐인데 2000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온 순간"이라고 했다.

가장 기뻤을 땐 언제였을까. "피날레 하는데 3층 관객까지 다 기립했을 때"(진호), "잘 돌아질 때 기분 좋고 보람차다"(지명)는 답이 나왔다.

‘빌리 엘리어트’의 피날레 장면. /매지스텔라 제공
‘빌리 엘리어트’의 피날레 장면. /매지스텔라 제공
빌리의 하루

빌리들은 낮에는 학생, 밤엔 배우다. 오전에 학교에 갔다 오후 1~2시쯤 공연장에 모인다. 오후 5시까지 워밍업과 훈련을 하고 전날 공연한 빌리(자기들끼리 '프리 빌리'라고 이름 붙였다)만 '퇴근'한다. 그날의 빌리가 오후 8시 공연 무대에 오를 때 나머지 둘은 연습실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지난 8월엔 지명이가 복통으로 2막에 설 수 없어 대기하던 선우가 투입됐다.

빌리들은 분장실에서 짬을 내 오목이나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유희왕 카드놀이는 금지당했다. 가방에는 바나나·육포·맛밤 등이 들어 있다. 체력 보충용이다. 학교~공연장~집으로 이동할 땐 뭘 할까. 인천이 집인 지명이는 "잔다"고 했고, 선우는 "비타민C 먹으며 엄마랑 얘기한다"고 했다.

이모팬들, 사랑해요

빌리들은 "우리, 이모팬들 다 많아요"라며 으스댔다. 세용이가 해설에 들어갔다. "선우는 귀엽고, 지명이는 파워풀하고, 진호는 앵그리 댄스가 멋있고, 나는…." 진호가 "세용이 형은 일렉(빌리가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장에서 추는 춤)을 잘해요" 했다.

이모팬들은 빌리들에게 별명을 달아줬다. 세용이는 '킹 오브 일렉', 지명이는 '폭풍 지명', 선우는 '러블리 선우', 진호는 '정 앵그리님'이다. 이들은 매월 5일 '월급'을 받는다. 선우가 "우린 돈 몰라요.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는데 지명이가 말했다. "전 친구들한테 햄버거 쐈어요!"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2월까지 LG아트센터.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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